지역/평양과 기독교

[파친코 6부] 자격과 의무

lutheroak 2022. 4. 16. 09:30

자격지심에서 요셉은 술집에 가서  자신이 양반의 자손이라고 떠벌린다. 허풍이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흥겨운 노래를 듣고 일본 경찰에 모욕을 당한 후 요셉은 이삭과 함께 술집을 나선다. 요셉은 선자를 데리고 온 이삭을 나무란다. 이삭은 선자를 옹호하며, 지금 아이를 낳고 있다고 말한다.

(이삭) 우리 아이는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아, 형. 난 내 자식이, 자기 몸의 윤곽을 똑 바로 알고 당당하게 재량껏 살았으면 좋겠어. 우리 자식들도 그럴 자격이 있는 거 아니야, 형?

선자는 아들을 낳는다. 이삭과 요셉은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안고 이삭이 흐믓해 할 때,

(선자) 아주버님요. 아 이름 좀 지어 주시겠습니까?

(요셉) 왜,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이삭) 형이 이 집 가장이잖아. 그건 자격이 아니라 의무야.

가장 요셉은 아이를 안는다. 가장으로서 제 의무를 다 하지 못하던 요셉은, 이름짓기(작명)를 통해 가족들의 인정을 받고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갑자기 감격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리며 운다

(요셉) 새로운 세상을 열어낼 사람. 아무도 믿지 않을 때 홀로 믿음을 지켜 낸 사람. 노아라고 하자.

멀어진 네 어른(요셉, 경미, 이삭, 선자)과 돼지를 키우는 이웃 아줌마가 노아의 탄생으로 가까워진다. 선자가 지혜를 발휘하여 작명의 특권을 요셉에게 준 것이다.

장면은 바뀌어 일본 부잣집 남자로부터 걸린 AIDS로 죽어가는 하나 옆에 엄마 에츠코가 죽을 먹인다. 하나는 엄마 에츠코에게 화를 내며 죽어가는 자신의 현실이 엄마 때문인 것처럼 원망한다. 그러나 자식을 버리는 엄마는 없다.

(하나) 내가 흉측하지?

(애츠코) 네가 아플까봐 그것만 걱정이란다. 넌 항상 내 딸 하나다.

하나의 병실에 선자가 들어선다. 하나는 오래전 할매 선자가 한 말을 기억한다. 솔로몬 옆에 있으면 그를 망친다고 한 말이 한이 된 하나. 선자는 그 말은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고 설명한다. 노아 옆에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아들 노아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이 손자 솔로몬 옆에 있으면 망치게 될까봐 미국으로 보냈다고 오해를 푼다.

6회는 일본에서 조선인들이 얼마나 차별을 당하면서 사는지, 일본인들이 좋지 않은지 나쁜 면을 많이 보여준다. 두 민족 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본인 중에서 착한 사람, 조선인과 가깝게 지내는 이들도 간혹 등장한다. 동시에 고난의 시절에 멀어졌던 사람들의 마음의 거리가 대화를 통해 좁혀지는 관계 회복의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사람 살이는 관계의 이야기다. 가족간의 관계에 맺힌 원망, 미움, 오해를 살아서 풀지 않으면 한이 되고 고통이 된다. 죽기 전에 한을 풀고 화해하고 편안한 마음이 될 때 우리는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계약을 망친 솔로몬은 그것이 할머니 선자 때문이었다고 화를 낸다. 그러자 선자는 한때 자신도 타협하고 세상을 다 가지고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한수의 뜻대로 첩으로 살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말한다.

(선자) 말만하믄 시상 다 준가카는 거, 내가 싫다 한기라.

(솔로몬) 왜 싫다고 하셨어요?

(선자) 내를, 반으로 쪼개 놓고 살 수는 없다 아이가? 뭐는 당당히 내놓고 뭐는 숨키가 살고. 니 그거 아나? 잘 사는 거보다 어떻게 잘 살게 됐는가 그기 더 중한기라.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하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부자가 되고, 어떻게 자식을 기르는가가 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