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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문서, 성서, 번역

희생 양 = 희생 염소, 레위기 16:10

한국교회는 1911년 구약전서가 처음 출판되기 전까지, 신약만 읽거나, 구약을 보려면 이 문리 한문본을 읽었다. 우리가 아는 초대 한국교회가 읽은 성경이다. (1910년까지 구약 한글 성경이 없어도 교회는 크게 성장했고 대부흥도 경험했다. 물론 구약에 대한 가르침은 있었다.) 

한문 성경 대표자역본(= 文理本 구약, 1853)에서 goat를 羊으로 번역한 이후, 한중일 기독교 문서는 속죄양, 희생양의 단어를 사용해 왔다. 당시엔 양이 염소였기 때문이다. 레위기도 利未記로 음차 번역했다. 레위기 안에 양(염소)이 중앙에 들어가 있어 핵심어이다.^^

그런데 원래 중국이나 한국에는 오늘 우리가 아는 양(sheep)이 없었고, 산양을 가축화한 염소(=羊)만 있었다. 그래서 12간지의 미未는 사실 양(sheep)이 아니고 산양(뿔이 있는 염소)이었다. 12지에는 6개의 가축과 6개의 짐승(용은 상상의 동물로 치고)이 있는데, 놀랍게 고양이나 양(sheep)이나 당나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아직 고양이, 양(sheep), 나귀는 가축으로 키우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털을 깎을 목적으로 기르는 면양(綿羊)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갑골문이 만들어질 시기부터 등장하는 '양 양(羊)'자는 원래 면양이 아닌 '산양(山羊)'을 의미하는 글자였고, 이 산양을 한국에서 부르는 별칭이 바로 염소"이다.

羊 글자를 잘 보시라. 머리에 뿔이 두 개 있지 않은가! 큰 산양은 아름답다(美)! 왜냐, 먹기에 푸짐하니까, 미각,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게 아름다운 것이다. 지금은 시각이 중요하지만, 과거엔 미각이 첫째였다. 맛이 있어야 美하고 입에 善하다. 착한 가격도 좋지만, 맛이 있어야 착하다. 

물론 가축화된 염소로서의 羊과 야생 산양은 달랐을 것이다. 산에서 자라면 뿔이 더 커진다. 가축화되면서 오늘 우리가 보는 뿔이 작은 염소로 분화되었을 것이다.

경주 김유신 묘의 십이지신상에 있는 未像을 보자. 딱 보아도 산양(mountain goat), 곧 염소이다. 한자로는 이것을 未( =羊)라고 했다. 따라서 문리본에서 희생양, 속죄양이라고 했을 때 중국인들은 산양을 상상했을 것이다. 중국 고대 희생제물에 사용한 양이 바로 산양, 곧 염소였다. 그러므로 레위기의 아사셀 희생 염소(scapegoat)를 희생羊으로 번역한 게 정확했다.

그런데 우리 말 성경으로 오면 어떻게 번역했을까? 레위기 16:10절을 보라. 개역, 개정개역, 공동번역, 새번역 모두 아사셀 희생 염소로 번역했다. "아사셀을 위하여 제비 뽑은 염소는 산대로 여호와 앞에 두었다가 그것으로 속죄하고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낼찌니라."(개역)

그런데 왜 지금은 아사셀 희생양이라고 하는가? 그 이유는 위에서 말한 대로 염소가 양이었기 때문이다. 

팔레스틴 문화에서는 염소와 양을 구분했으나,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면양이 없었고 희생 제물로 산양을 사용했기 때문에 희생염소가 희생양이었다.

19-20세기 초반까지 한국에 면양이 없었기 때문에 이 구절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서양 양이 들어오면서, 성경의 희생양이 마치 면양처럼 이해된 게 문제였다. 

예수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lamb)이었다. 이때는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 양이다.

이와 달리 미국 차 상표의 하나인 램(ram)은 숫염소이다. 바로 산양이다.

 

 

[추가]

그런데 신명기 14장 4-5절 이하에 보면 먹을 수 있는 동물로 "소와 양과 염소와 사슴과 노루와 불그스름한 사슴과 산 염소와 볼기가 흰 노루와 뿔이 긴 사슴과 산양들이라."는 구절이 있다. 한문 문리본은 "4畜中所可食者、牛與綿羊山羊、5鹿、獐、赤鹿、麕、麢羊、麈、麋、"으로 번역했다. 영어로는 "the ox, the sheep, the goat, 5 the deer, the gazelle, the roebuck, the wild goat, the ibex, the antelope, and the mountain sheep."이다. 문제는 이런 동물이 중국이나 한국에 다 있었느냐?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지금도 gazelle와 노루가 같은지, roebuck이 불그스름한 사슴인지 바로 수용되기 어렵다. 

양, 염소, 산염소, 산양 네 가지 양 종류에 대한 한글, 한문, 영어 번역을 비교해 보자. 이 네 가지 동물은 다른 동물이었기에 한자는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 산염소나 산양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번역했는데, 사실 그런 동물은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양 종류를 대변, 대표하는 단어는 羊이었고, 그것은 뿔이 달린 염소를 말했다. 서양의 양은 면양으로 번역했다.   

綿羊  sheep
염소 山羊  goat
산염소  wild goat
산양 mountain sheep

참고)
19세기 말에는 "돌로 떡을 만들라"는 사탄의 시험을 "돌로 빵을 만들라"로 번역할 수 없었다. 빵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돌로 밥을 만들어라"라고 하면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떡 먹는 사람보다 빵 먹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돌로 빵을 만들라"고 번역하는 게 더 좋다. 여전히 "돌로 밥을 만들라"라고 번역하는 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