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감상] "꾀꼬리가 된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
혜촌 김학수 그림, 출처: 요한복음, 『선교100주년 기념 성경전서 한글개역판』, 대한성서공회, 1984.
대한성서공회가 1984년 한국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판 성경인 『선교 100주년 기념 성경전서 한글개역판』을 출판할 때 혜촌의 그림 6점을 실었다. 창세기 2점(에덴 동산, 노아 홍수), 출애굽기 1점(홍해를 가르는 모세), 복음서 3점 (마태: 베들레험에 탄생하신 예수, 누가: 광풍을 잔잔케 하시는 예수, 요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는 예수) 등이었다.
이 그림은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유명한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를 한국화로 표현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거의 마무리되고 동네에 갔던 제자들이 돌아올 때,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여인이 복음의 진리를 깨닫는 순간을 표현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언급했는지 모르겠지만, 두 마리의 황조 때문이다.
예수님 머리 위 공중에 황조가 날고 있고
그 노래에 여인 위의 버드나무에 있는 암컷 꾀꼬리가 화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공중으로 펄펄 날아갈 모습이다.
이 꾀꼬리가 어디서 왔을까? 아마도 황조가에서 오지 않았을까?
잘 알려진 황조가(黃鳥歌)는 기원전 17년에 고구려의 유리명왕(瑠璃明王)이 지었다.
<삼국사기>에 4언 4구의 한시로 번역되어 있다. 한국인 최초의 서정시요 사랑가이다.
翩翩黃鳥 (편편황조) 펄펄 나는 저 꾀꼬리는
雌雄相依 (자웅상의) 암수가 서로 노니는데
念我之獨 (염아지독) 외로울 사 이내 몸은
誰其與歸 (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내 짐작에, 혜촌은 고구려 유리왕과 비슷한 시대인 팔레스타인 사마리아의 한 우물가에서 여인을 만난 예수님의 대화 장면을 그리면서, 나무와 공중에 한 쌍의 황조(꾀꼬리)를 그려 넣음으로써,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사마리아 여인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낮에 우물에 물을 길러 오면서 이런 황조가를 불렀을 것으로 상상하지 않았을까. "남편 다섯 명을 거쳤으나 지금 동거하는 남정네도 남편이 아닌 나에게, 이 깨어진 인생, 고독하고 허무한 삶에 과연 구원자는 없을까?"
혜촌은 ‘신랑되신 예수’를 만나 생수가 넘치는 삶을 몸에 담아 가는 여인의 심정을
펄펄 나는 사랑하는 한 쌍의 꾀꼬리에 비교했을 것이다.
새처럼 기가 살아 펄펄 나는 인생
샘물에서 생수가 솟아나는 인생
그것이 최치원이 말한 風流道의 영성이다.
包含三敎 接化群生 만나서 변화시키고 뭇 생명을 살리는 도!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는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니께서는 이렇게 자기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세상을 섬기다 깨어진 인생을 찾으시는 하나님
영원한 생수를 찾다 목마른 인생의 갈증을 해갈해 주시는 하나님
한국인의 오랜 새 신앙은 하늘 신앙이요 하나님 신앙이다.
한국인의 영성은 샘물처럼 새롭게 솟아나 뭇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공중에 나는 꾀꼬리처럼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자유롭게 아름답게 노래하고
철 따라 열매를 맺는 삶이
한국인이 열망하는 신앙인의 삶이다.
혜촌의 이 그림은 이 한국인의 영성을 잘 표현한 걸작이다.
ⓒ 옥성득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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