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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2010s

한국인은 선민이 아니다

한국인은 chosen people이 아니다

 한국 개신교 강단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에 무궁화 + 봉황 + 꼬레아 + Chosen + 선교 = 한국인은 세계 선교를 위한 종말의 선민이라는 공식이 있다. 역사적 근거가 없거나, 성경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끼워 맞추기 식 만담이다. 이런 세계상, 이런 역사인식으로는 선민이 되기는 커녕 망민이 된다. 

얼마 전 큰 대회에서 한 목사님이 한 설교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무궁화는 영어로 'The Rose of Sharon', 즉 샤론의 꽃인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2:1)를 의미한다. 그리고 상상의 새인 봉황은 하나님의 천사를 뜻한다. 또 조선의 국제적 표기인 'Chosen''선택'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며, '코리아'는 히브리어로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은 자'라는 의미다." ---http://www.christiantoday.co.kr/news/314763

 한 가지씩 살펴보자.

1. 샤론의 꽃

 아가 2장 1절에 한 번만 나온다. 샤론의 수선화 혹은 샤론의 장미이다. 우리나라 무궁화와 상관이 없는 꽃이다. 무궁화를 영어로 하니 '샤론의 장미'가 된 것일 뿐이다. 성경 아가 2;1절의 샤론의 꽃은 사실 실물이 알려져 있지 않다 

 

https://ko.wikipedia.org/wiki/%EC%83%A4%EB%A1%A0%EC%9D%98_%EC%9E%A5%EB%AF%B8 

 

서양에서 '샤론의 장미'는 서양금사매(Hypericum calycinum)를 가리킨다. 이 꽃의 나무는 상록수로서 꽃이 피는 떨기나무이다. 한국에서만 무궁화를 지칭한다. 


혹은 샤론의 수선화로 번역하는데
= 수선화이지 나무가 아니다. 들에 백합화, 골짜기에 수선화로 댓구를 이루므로, 샤론의 꽃은 샤론의 장미보다는 샤론의 수선화가 더 좋은 번역이겠다. 사실 특정 꽃이 아니라 샤론 골짜기에 피는 야생화를 말한다. 들꽃으로 번역하면 좋겠다.

https://biblia.co.il/%EC%83%A4%EB%A1%A0%EC%9D%98-%EC%88%98%EC%84%A0%ED%99%94-%D7%97%D7%91%D7%A6%D7%9C%D7%AA-%D7%94%D7%A9%D7%A8%D7%95%D7%9F-%EA%B7%B8%EB%A6%AC%EA%B3%A0-%EC%86%94%EB%A1%9C%EB%AA%AC%EC%9D%98-%EA%BD%83/

 

2. 조선 Chosen

19세기까지 한국은 외국에 주로 프랑스선교사를 통해 Corée, Corea로 알려져 있다가 [발음은 꼬레], 1882년 한미조약, 1883년 한영조약 이후 영어로 상당 기간 Corea/Korea로 알려지다가, 점차 영어와 독일어 등에서 Korea로 자리를 잡았다.

1878John Ross의 한국사는 History of Corea; 1882Griffis의 은자의 나라 한국 Corea the Hermit Nation: 1885Percival Lowell의 아침이 조용한 나라 조선 Chosö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a Sketch of Korea 등에서 보듯이 1880-90년대에는 Corea, Korea, Chosön이 혼용되었다.

당시 국명 조선은 로웰처럼 Chosőn으로 표기하거나 Chyosőn으로 표기했다. Chosun.

Chosen으로 표기한 것은 일제 총독부로 Korea라는 국명은 사라지고 일본의 식민지로서 Chosen을 사용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센징의 '조센'의 발음이다. 따라서 선택받았다는 'chosen'의 의미는 없었고, 식민지로 깔보는 단어였다.

 

3. 코리아 Korea

"코리아는 히브리어로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은 자'라는 의미라는 글이 보인다." 이건 정말 근거 없는 잠꼬대이다. 언제 고려를 코레아로 불렀는가? 혹시 불어 표기 Corea를 보고 추측한 것이라면 오해이다. 고려 시대 '고려''코레아'라고 발음한 적이 없다. '고구려'에서 온 '고려'는 한국인은 '고려' 외국인은 '고리어' 혹은 '고레'로 발음한 것으로 보인다. Arabic에서는 '쿠리아'(구고려의 구를 가지고 간 듯), 불어, 이탈리어어 등 라틴어계열에서는 Corée, Corea로 표기했다. 발음하자면 꼬레, 꼬려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저런 블로그 글을 보면 고려가 '코리아''꼬레아'로 발음되었다고 상정하고, " ‘부르다의 히브리어는 'kara'이고, '부르는 자' =קוריא (코레)이고, 여기에 접미사 아를 붙인 '코레아'는 예루살렘 땅끝까지 열방에 복음을 전하도록 하나님이 특별히 선택하여 부르신 나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라고 설을 푼다.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것을 가지고 와서 설교에 짜집기로 써 먹는 것은 더 무책임한 일이다.

 

 

4. 봉황

전설의 새인 봉황과 하나님의 천사는 아무 상관이 없다. 봉황은 도교나 유교에서 동서남북을 지키는 四神 중 남쪽을 수호하는 주작을 지칭한다. 봉은 수컷, 황은 암컷이다. 천사는 암수가 없으며, 어떤 방향을 지키는 신이 아니다. 용은 황제를 상징하므로, 조선에서는 봉황으로 왕을 상징했다. 그래서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칭할 때 곤룡포를 입고 권자 주변에 용을 그려 황제의 상징을 삼았으며, 남대문 입구 천장에도 용을 그렸다.

 

절이나 사당에 있는 용은 수신을 상징하고, 19세기 민화의 봉황은 안위와 번영, 부귀와 장수 등 길상(吉祥)의 의미했다.

 

5. 선민

한국인은 선민이 아니다. 한국인이 선민이라는 ethnocentrism과 교만은 버려야 한다. 모든 하나님의 백성은 타자를 섬기기 위해 부름받은 에클레시아이다. 그러나 한민족은 복음과 묵시의 선민이 아니다. 팔레스틴의 기독교인이나 아프리카의 기독교인이나 모두가 선민이다.

 한국 개신교는 한국 안에서도 소수인의 종교로 타종교나 비종교인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말을 해야 한다. 한국인이 세계인을 만날 때 약소국으로 겪은 고통과 이민/난민으로 겪은 설움을 가지고 그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민의식은 때로 필요하지만, 그 선민으로의 부르심 은 섬기기 위한 부르심이지, 역사적 성경적 근거도 없는 말들로 짜집기한 자부심은 아니다.  

2018년 7월 31일, 옥성득 옥성득

#옥성득의 한국기독교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