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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일반 단상, 광고

텃밭을 가꾸며

治圃 치포                                                텃밭을 일구며

蒜尖韮細宿根成 산첨구세숙근성               마늘과 달래는 묵은 뿌리로 심어 키우고

葵茁蔥芽新種生 규줄총아신종생               아욱과 파는 해마다 씨를 뿌려 자라게 한다.

無事自然歸有事 무사자연귀유사               일 없는 自然도 일 있게 돌아가니

人間何地不經營 인간하지불경영               人間 사는 땅 어딘들 經營을 못하랴.

윤현(尹鉉, 15141578)의 시. 1550년 장악원정(掌樂院正)으로 중종실록편찬에 참여하였다. 관찰사, 판서 등을 역임했고, 명종 때 청백리에 선정되었다치포(治圃)는 채마밭. 산첨(蒜尖)은 뾰족하게 돋은 마늘 새순. ()는 달래. 숙근(宿根)은 여러해살이 뿌리. 규줄(葵茁)은 아욱의 새싹. 총아(蔥芽)는 파의 새싹.

무사자연귀유사 인간하지불경영 

내가 가꾸는 작은 텃밭도 이런저런 일이 많다. 사진처럼 대파에도 꽃이 피고 씨가 맺혔다. 작년에 줄기와 잎이 잘 자란 고구마가 어디 뿌리가 남았는지 줄기가 뻗는다. 지금은 각종 채소에 씨가 익을 때라 작은 새들이 씨앗을 먹느라 분주하다. 한 동안 먹게 내버려 두었다. 내가 가꾸는 한국기독교 역사라는 작은 텃밭도 이런저런 일이 생긴다. 일꾼이 없어 잡초만 무성하다. 씨 맺힌 키 큰 상추 등은 씨로 가득 희게 되어 모두 뽑고 종자를 골라낸 후 버린다. 내년에 뿌릴 씨라 종류별로 봉투에 모았다. 땅을 뒤집고 골라 새 씨를 뿌릴 때이다. 농사에는 다 때가 있다. 어디 때가 없는 일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