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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례, 예배, 설교

1905 부활절예배

120년전 부활절 예배 순서지

다음은 1896년 부활절 때 서울지역 장로교회들이 연합하여 드린 것으로 알려진 부활주일 예배 순서 전문이다. 책표지가 소실되어, 사진에서 보듯이 본문 첫 페이지에 있는 제목으로 책 제목을 삼고 있다. 그러나 책을 펴면 왼쪽 페이지 어깨 부분에 표시되어 있는 제목은 부활찬양경이다. 종종 표지 제목과 내지 제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소책자 제목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9페이지 된 전문을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특이한 점은 5번 문답이다. 아직 부활의 뜻을 잘 모르는 초신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문답형 교독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부활주일예배

1. 찬양

    우리 주를 찬양함이 만복 중에 근원일세

    천지만물 찬양하세 찬양 성부 성자 성령

2. 기도

3. 찬양

    기뻐하게 하라 구할 이가 왔네

4. 성경

    누가복음 241-11

    요한복음 201-10

5. 문답

문 오늘은 무슨 날인가?

답 예수 그리스도 부활하신 날이니라.

문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대주재의 외아들이니라.

문 어찌하여 대주재의 외아들이 죽으셨느뇨?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죽으셨으니 죽으신 후에 장사하니라.

문 어디다 장사하였느뇨?

유대국 법을 따라 바위를 파낸 굴에 장사하고 크고 무거운 돌로 문을 굳게 닫아 나라에서 인을 쳤느니라

문 제 삼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예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나오셨느니라.

문 그 날에 누가 일찍 무덤에 갔는가?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를 사랑한다는 여인들이 갖가지 향을 가지고 예수의 거룩하신 시체에 바르려고 밝기 전에 무덤으로 가면서 누가 문에 막은 돌을 옮길까 생각하니라.

문 그곳에 이르러 무엇을 보았느뇨?

나라에서 인친 것이 깨어진 것과 돌이 옮겨 놓인 것을 보았느니라.

문 누가 그 돌을 옮겼느뇨?

주의 사자가 내려와서 돌을 옮겼느니라.

문 막달라 마리아가 이러함을 보고 곧 한 일이 무엇이뇨?

즉시 떠나 급히 가서 베드로와 요한에게 누가 주의 거룩하신 시체를 가져갔다 하였느니라.

문 다른 여인들은 무엇을 하였느뇨?

무덤에 들어가서 시체 없는 것을 보고 화려한 옷 입은 천사를 만나며 크게 놀랜지라.

문 천사가 무슨 말을 하였느뇨?

무서워 말라. 십자가에 죽으신 나사렛 예수를 찾는 것을 아느니라. 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 찾느뇨? 여기 계시지 아니하시고 다시 사셨으니, 주가 누었던 자리를 보라.” 하였느니라.

문 베드로와 요한이 마리아의 말을 듣고 무엇을 하였느뇨?

마리아와 한 가지로 빨리 돌아가서 둘이 다 무덤에 들어가 시체 없는 것을 보고 어떤 일인 줄을 모르고 떠나는지라.

문 막달라 마리아는 무엇을 하였느뇨?

무덤 밖에 서서 크게 울며 무덤을 들여다볼 때에 천사 둘을 보았느니라.

문 천사가 어떻게 말을 하였느뇨?

여인아, 어찌 우느뇨?” 하니 마리아가 대답하되 내 주의 시체를 가져가고 어디 누인 줄을 모르기로 우노라.”

문 마리아가 이에 무엇을 하였느뇨?

돌아보매 예수가 서신 것을 보았느니라.

문 보고 예수인 줄을 알았느뇨?

아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동산지기로 알고 어디다 누인 것을 가르치라 하였느니라.

예수가 무슨 말씀을 하셨느뇨?

이름 마리아로만 부르시니 곧 주이신 줄을 알았느니라.

문 이것을 알고 마리아가 즉시 무엇을 하였느뇨?

곧 떠나 제자에게 가 주를 보았고 주가 이 말씀하신 것을 이르나니라.

문 우리들이 부활하신 것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가?

답 1. 예수 대주재의 아들 그리스도이신 것과 죽음을 이긴 것을 아느니라. 2. 이로써 우리 구속함이 온전한 것을 아느니라. 3. 그리스도 다시 사셨으니 우리들도 죽은 후에 몸이 다시 삶을 아느니라. 4. 예수가 죽음을 한번 이기셨으니 우리들도 예수를 믿고 의지하면 죽기를 무서워 할 것이 없느니라. 5. 우리에게 사는 구주가 있어 항상 대주재 앞에 우리를 위하여 기도한 것을 아느니라.

문 이 날이 어찌하여 그리스도인에게 기쁜 날인가?

우리 구주가 이 날에 죽음을 이기시고 마귀의 권병을 깨뜨리시고 우리 속죄함을 온전케 하시고 오늘부터 우리 형이 천하만국 왕으로 앉으셨으니 어찌하여 기뻐하지 아니하리오.

6. 찬양

1. 오늘 주 부활함을 만민 천사 고하세

    지극히 기뻐하세 하늘 노래 땅 화답

2. 구세한 공 이루니 주 원수를 이겼소

    한 번 속죄하시니 두 번 피를 안 흘려

3. 지킨 군사 봉한 돌 어찌 주를 막으랴

    지옥 문을 부수고 하늘 문을 열었소

4. 영화론 왕 또 사니 죽음 권세 멸하라

    주 만민 죄 속하여 무덤 권세 이겼소

5. 교회 머리 가는 길 우리도 좇아가자

    생전 괴롬 주같이 사후 또 함께 승천

6. 천주의 큰 왕 지하 만물이 찬송하세

    우리도 이기는 주 부활한 예수 찬송

7. 목사 강론

8. 기도

9. 감사한 마음으로 연보

10. 찬양

    예수 이름 권세 치하

11. 사복 기도

 

모화관

남문안

새문안

곤당골

인성부재

연못골

피마병문

오는 주일은 금월 이십삼일이요 예수 부활주일이니 이 도리를 알려 하는 벗님네는 이 여러 곳 중에 마음대로 와서 참예하고 밝히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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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1896년에 출판된 소책자일까?

이 소책자의 표지가 상실되었기 때문에 출판연도를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연도를 알 수 있는 힌트가 바로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에 숨어 있다. 오는 주일은 금월 이십삼일이요에서 부활주일이 23일인 해를 찾으면 된다. 부활절은 니케아공의회(323) 이후 춘분(321, 윤년은 320) 이후 첫 보름달 이후 주일날이기 때문에, 매년 날짜가 바뀐다. 빠르면 3월 말, 늦으면 4월 말에 부활절이 된다. 따라서 1890년대~1900년대 부활주일이 23일인 해는 단 한 해밖에 없었다. 부활절 날짜 표를 보자.

연도 1885 1886 1887 1888 1889 1890 1891 1892 1893 1894 1895
날짜 4. 5 4. 25 4. 10 4. 1 4. 21 4. 6 3. 29 4. 17 4. 2 3. 25 4. 14
연도 1896 1897 1898 1899 1900 1901 1902 1903 1904 1905 1906
날짜 4. 5 4. 18 4. 10 4. 2 4. 15 4. 7 3. 30 4. 12 4. 3 4. 23 4. 15

부활절 날짜, 1885~1906

곧 위에 소개한 전문은 1905423일 부활주일을 위해 준비한 예배순서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소책자가 1896년에 발행된 것으로 오해된 이유는 바로 언더우드가 1896년부터 이 부활주일 예배순서인 <부활찬양경>을 출판했기 때문이다.

비록 1905년에 출판된 소책자이지만, 1896년부터 출판한 부활주일 예배 소책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만 매년 날짜를 다르게 바꾸고, 늘어난 교회가 추가했을 것이다.

연합예배 아닌 각 교회에서 드린 예배

두 번째 오해는 이 예배순서를 가지고 서울 시내 장로교회가 함께 연합 예배를 드렸다는 서술이 여러 책과 온라인에 올라와 있다. 사실이 아니다. 장로교회의 경우 연합해서 모일 넓은 예배당이 없었으며, 아직 야외에서 다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단계는 아니었다. 소책자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서울에 일곱 개의 장로교회 예배처소가 있었는데, “이 여러 곳 중에 마음대로 와서 참예하기를 권하고 있다. 어디에도 연합예배를 드렸다는 말이 없다.

1896~1905년 언더우드가 출판했으므로 아직도 '텬쥬'를 사용하고 있다. 1906년 '하ᄂᆞ님'이 공인되고 그것만 사용한다.

부황주일례배,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