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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종교개혁과 한국교회

세속 성자의 의미

개인戰에서 전면戰으로

하나님이 종교개혁 시대에 자신의  마르틴 루터를 통해 순수하고 값비싼 은혜의 복음을 다시금 일깨우셨을 루터로 하여금 수도원을 거쳐 가게 하셨다루터는 수도사였다그는 모든 것을 버렸으며그리스도를 완전히 순종하면서 따르기를 원하였다. 수도원으로의 부름은 루터에게 그의  생명을 걸게 하였다그런데 루터는 하나님께 가는 길에서 실패하였다. 하나님이 성서를 통해 그에게 보여주신 것은 예수의 제자가 되는 길이 특별한 개인의 공로적인 행위가 아니라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한 하나님의 계명이라는 사실이었다 뒤따름의 겸손한 활동이 수도원에서는 특별한 자들의 공로 행위로 변질되고 말았다. 여기서는 뒤따름이라는 자기 부정이 경건한 자들의 영적인 자기 드러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를 통해 세상이 바로 수도 생활의 중심으로 파고 들었고가장 위험한 방법으로 수도생활을 움직이게 되었다수도승의 세상 도피는 오히려 가장 정교한 세상 사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다시 자신의그물을 버리고 따라야 했다그가 수도원으로 들어갔을  그는 모든 것을 버렸다그러나 자기 자신만은자신의 경건하고자 하는 자아만은 버리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이것까지도 버려야 했다.

루터는 수도원을 떠나 세상으로 되돌아와야 했다세상 자체가 선하고 거룩해서가 아니라 수도원도 세상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도원을 떠나 세상으로 되돌아와야 했던  루터의 발걸음은 성서 시대의 기독교 이래 세상에 가해진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 수도사가 세상을 향해 던졌던 거부는 세상이 자기 속으로 되돌아온 자를 통해 경험한 거부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놀이에 불과했다이제 공격은 전면적으로 개시되었다. 예수를 뒤따름은 이제 세상  복판에서 실천되어야 했다수도원적 삶이라는 특별한 상황 아래에서 행해지고, 수도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나마  쉽게 행해질  있었던 특별한 행위가 이제는 세상 속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요청이요, 계명이 되었다예수의 계명에 대한 철저한 순종은 일상의 직업적 삶에서 행해져야 했다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과 세상의  사이의 갈등은 예측할  없는 방법으로 깊어졌다 리스도인은 몸으로 세상과 부딪히게 되었다이것은 백병전이었다."  

 --본회퍼,  『나를 따르라. 그리스도의 제자직』, 39-41.



두꺼운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연구하던 수도원의 루터를 생각한다. 공부만 하던 그가 어떻게 유럽을 바꾸는 개혁자가 되었던가?

사람이나 전통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하나님 앞에'(Coram Deo) 서 있는 단독자로서 죄의 심연과 은혜의 풍성함을 느끼고 자유의 기쁨을 만끽한다. 이 새로운 자아의 탄생인 1차 개혁이 있은 연후에 더 힘든 2차 단계인 교회와 세상 개혁을 통한 하나님 나라 건설로 나아가게 된다. 그때 우리의 구호는 "왕을 위하여"(Pro Rege)가 된다. 

1단계가 어중간하면 2단계에서 주의 나라가 아닌 세상 왕국을 만들게 되고, 참 된 왕이 아니라 세상 왕국의 여러 왕들과 돈을 위해서 살게 된다. 성직을 매매하고 교회를 세습하고, 세습의 왕국에서 떡고물을 먹는 게 행복인 줄 알게 된다. '세속 성자'가 아니라 '세속 속인'이 된다. 

예수를 따라가는 길은 세상 안에 있다. 안으로는 나와 싸우고 밖으로는 세상과 전면전을 벌이는 백병전이 성도의 삶이다. 오늘 한국에서는 세상과 싸우기 전에 교회와 싸워야 한다. 교회에 세속이 들어와 거룩한 자리를 차지하고 거대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루터가 싸웠던 교회보다 작금의 교회가 더 타락했다. ⓒ옥성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