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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예화, 유머

말(馬)이냐 나귀(ass)냐?: 교회의 숨은 일꾼

초대교회 전도의 숨은 일꾼 권서에게 당나귀는 없어서는 안 될 동역자요 말벗이었다. 권서는 교인이 없는 마을과 장을 돌아다니면서 마태복음, 요한복음 등 쪽복음을 파는 매서인이었다. 짧게는 열흘, 길게는 봄가을에 2~3개월 장기 순회여행을 하면서 값싼 성경을 팔고 전도했다. 산골이나 시골길을 걸어 다니며 복음서를 반포하며 전도했다. 전도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소총병과 같은 전도인, 그들의 아름다운 발에 짐꾼인 당나귀가 있었다. 

권서는 '복음 궤짝'이라는 상자 안에 성경책 수 백 권을 넣고 당나귀 등 양쪽으로 싣고 마을과 장마당을 돌아다녔다. 하루에 30권을 팔면 잘 팔았다. 가난한 시골이지만 책을 무료로 주면 종이로 쓰거나 읽지 않기 때문에 책값으로 쌀이나 달걀을 받아도 그저 주지는 않았다. 육의 양식으로 영혼의 양식을 사던 시절이었다. 사람은 밥으로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가난한 시골 아낙들도 쪽복음으로 글자를 깨치고,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1907~1912년 권서 김성호에게는 함께 일하던 당나귀가 있었다. 힘든 고갯길도 늘 쾌활하게 잘 넘어가 주었기에 '종달새'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 권서의 판매 실적만큼이나 유명한 당나귀가 되었다. '종달새'가 죽자 애도하는 글을 썼고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1900년 전 예루살렘에 입성하던 예수님을 태웠던 새끼 당나귀처럼 하나님 나라를 위해 희생한 나귀였다. 

권서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민중의 가난과 고난도 보았지만, 그들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하나님을 알고 싶어 하는 종교적 열망과 나라의 독립을 바라는 민족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 중 다수가 신학생이 되고 목사가 되어 3.1운동에 참여했다. 해외에 나가 독립운동을 했다. 다 나귀의 정신으로 교회를 섬기고 나라를 섬겼다. 

교회 안에도 '말(馬)'처럼 멋지고 화려하지 않지만 '당나귀(donkey)' 같이 묵묵히 일하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때로 하나님을 위해서 '바보'(ass)가 되기도 하지만 속으론 종달새의 노래가 있다. 일용할 양식을 먹이시는 "주인의 구유를 아는"(사 1:3) 그들이야말로 교회의 열쇠 같은 존재들이다. 하나님은 당나귀의 입을 열어 발람 같은 교만한 자를 깨우치시고(민 22:28ㆍ벧후 2:16), 그들을 사용하여 천국의 문을 여신다.

201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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