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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건축물

강화 성공회 천주성전과 주련

[1900년 성공회 강화 성전의 주련]

궁궐, 서원, 사찰, 고택과 같은 전통 한옥에는 건물 이름을 쓴 현판 외에 기둥에 경구를 쓴 주련(柱聯)이 있다. 주련은 그 건물의 성격을 드러낸다. 1890년대 한국교회가 예배당을 한옥으로 지을 때 교회 정면 기둥이나 예배당 안 기둥에 주련을 붙였다. 1900년에 완공된 성공회 강화 성전의 주련이 대표적이다. 그 다섯 개의 주련은 다음과 같다.

無始無終先作形聲眞主宰 처음과 끝이 없으나 형태와 소리를 먼저 지으신 참 주재이시다. 

宣仁宣義聿昭拯濟大權衡 인애와 정의를 선포 규명하고 구제하시니 공평한 큰 저울이다. 

三位一體天主萬有之眞原 삼위일체 하나님은 만물의 참 근원이시다. 

神化周流囿庶物同胞之樂 성신의 감화가 두루 흘러 만물을 기르시니 동포의 즐거움이다. 

福音宣播啓衆民永生之方 복음을 전파하여 민중을 계몽하니 영생의 방도이다.

우리 삶의 시작과 끝에 창조주가 계신다. 그는 약자를 사랑하고 강자에게 정의를 요구함으로써 세상을 공평케 하신다. 그는 만물의 뿌리이자 자라게 하시는 분으로 삶의 기쁨을 주신다. 영생의 길은 이 복음을 전하고 백성을 깨우치는 데 있다.

 이 주련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말하지 않고 숨겨놓았다. 굳이 노골적으로 “예수 천당”이나 “예수 믿고 복 받으세요”라고 하지 않아도, 만물과 역사와 내 삶을 통해 자연히 드러나는 창조, 자유, 평등, 기쁨, 영생의 복음이 그리스도를 증거한다.       

네 번째 주련은 성신의 감화가 사방에 물처럼 흘러넘쳐 만물이 동산 안에 자라는 것이 동포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가 성령의 감동이라는 말을 흔히 감동적인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았다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본래 뜻은 성령의 감화 감동, 곧 변화(변혁)시키고 행동(실천)케 함이다. 성령에 의해 만물이 변하고 자라며 인간의 지정의와 인격이 변한다. 그런데 성령의 감화가 불처럼 태우지 않고 물처럼 흐른다고 썼다. 강물처럼 천천히 흐르면서 파도처럼 쉼 없이 밀려오는 神流는 부지불식간에 만물과 인격과 관계를 감화 감동시킨다.   

비 온 뒤 나무가 자라듯, 바람 불고 땅이 마르듯, 성령은 계절에 따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부지불식간에 인격을 변화시킨다. 억지로 꾸려 가는 삶이 아니라 성령의 일하심에 내 삶을 맡기는 것이 감화 감동의 은혜로 사는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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