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부작에서 술이창작으로
君子不語 怪力亂神 述而不作?
1. 해 아래 새 것이 없지만, 동시에 새로운 피조물은 계속 만들어진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은 새 것을 만들어 낸다. 새 것이라야 참 가치를 지닌다. 미술품이나 책 원본과 복사품/짝퉁/표절품의 가치 차이는 때로 수 천 배, 수 만 배 이상이 난다.
2. 40대 이상 세대가 받은 한국 교육은 창조성을 길러주는 면에서 약점이 있었다. 한국 유학은 공자의 말씀인 述而不作의 전통계승 보수적 태도를 문자적으로 적용하여 주자학에 머물렀다. 그것이 정통 명분론으로 경직되면서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상대를 죽이기도 했다. 그나마 기독교가 들어와 질식한 한국 사상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으나, 개신교도 1920년대 이후 근본주의에 사로잡혀 술이부작의 태도를 수구하고 있다. 개혁신앙이라면 당연히 개혁과 보수(保守)가 함께 가야 하는데, 개혁이 사라지니 남는 것은 수구(守舊)뿐이다.
3. 한편 1960년대 이후 두 세대 동안 화려한 신학에 혹했다. 때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했다. 이름도 말하기 어려운 외래어나 번역어가 들어갈수록 그 신학이 대단한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먹어보지 못한 서양 요리나 외국 요리에 점점 맛이 길들여져서 혀꼬부라지는 요리 이름을 말해야 혀에 미각이 도는 자들처럼,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외식을 해야 식성(食性)이 풀리는 자들이 신학교에서 양산되었다. 치병 치유가 목사의 능력이고 방언이 구원의 확신의 도구가 되어 3박자로 나가는 자들도 많았다.
4. 우리의 원재료로 요리한 식탁이 비록 촌스럽고 평범해 보여도, 한국 민중은 그것으로 이 천 년을 살아왔다. 우리의 땅에서 나온 원재료로 전통 맛을 살리면서 변하는 입맛에도 맞는 새로운 요리를 창출하는 신학이라야 한다. 300년 전, 100년 전, 50년 전 한국 어머니의 레시피를 찾아라. 외국 %&$#의 신학을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한국인 신학자라야 개신교 5세대(2015-2045)를 살아갈 수 있다. 우리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고 우리 상황에 맞는 신학을 만들어 숟가락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5. 외국 요리도 먹어볼 필요는 있다. 그래야 비교도 되고 배울 것도 있다. 식상(食傷)한 요리만 먹기보다는 별미도 즐길 줄 알아야 하겠다. 퓨전도 좋다. 하지만 別味가 주식은 될 수 없다. 主食도 大食이 되면 안 될 터. 少食도 하고 자주 禁食도 필요하다. 外食은 자주할 게 아니다. 외식은 비싸기도 하지만 몸을 망친다.
6. 외국 유학 박사증은 요리사 자격증이다. 요리사가 외국 음식만 소개하면 무슨 재미로 사나? 외국에 있을 때는 그곳 식재료로 요리했다면, 국내에 와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chef가 아닌 고용된 cook에 불과하다.
7. 사실 외식은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 남의 다리를 긁는 기분이라 시원함이 없다. 무슨 식재료로 만들었는지 믿을 수 없다. 내가 유기농으로 직접 키운 채소로 조미료 없이 만든 비빕밥이, 비록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고, 볼품이 없을 수도 있지만, 고급 식당에서 먹는 코스 요리보다 싸고, 몸에 좋고, 만드는 재미가 있다. 깨운하다. 퓨전으로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8. 쉐프와 시인과 신학자의 삶은 고단하나 지루하지는 않다. 새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고단하지만 재미있는 삶이냐, 지루하지만 편리한 삶이냐의 선택이다. 술이부작하되(인위적 만들기, 짝퉁만들기, 표절하기는 버리되), 술이창작(새 것을 만드는 창조적 작업을 해낸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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