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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일반 단상, 광고

주술 magic

 
한국의 신학자나 목회자들은 한국 (신흥)종교를 주술magic의 종교, 그 종교인들을 주술가magician로 부르는 일을 중단하고, 그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120-110년 전 선교사들도 타일러의 애니미즘과 프레이저의 주술을 공부하였지만, 한국의 민속종교에 대해 그런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주술은 매직, 마술의 뜻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저주'하는 음험한 술수black magic를 가리킨다.
 
근대 종교학에서 주술에 대한 이론은 대개 (원시종교를 애니미즘으로 규정하고 종교 진화를 연구한) 타일러(Edward B. Tylor)의 제자인 James G. Fraser(1854-1941)로부터 온다. (지라드까지 비판이 많다.)
 
프레이저는 유명한 저서 <황금가지 he Golden Bough: A Study in Comparative Religion>(1890)에서, 주술이 기초하는 사고의 원리는 사물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어떤 비밀스런 공감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공감법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공감주술'로 부른다. Fraser는 공감법칙을 '유사법칙'과 '접촉법칙'으로 분류하며, 유사법칙에 기반한 주술을 동종주술(또는 모방주술), 접촉법칙에 기반한 주술을 감염주술로 분류하고, 이 두 종류의 주술을 '공감주술'이라고 부른다.
 
주술/마술은 근대 이전 중세인과 고대인의 사고에서 성행했다. 20세기까지 한국의 무교에 주술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 궁녀들이 인형에 바늘을 꽂아 저주한 이야기, 1894년이나 1910년 전후에 일본 지도를 솥에 삶고 일본을 저주하면서 굿을 한 이야기 등은 그런 주술적, 미신적, 비과학적 사고를 반영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무교에는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종교는 진화한다. IMF 때 보살/만신/무당들은 글로벌 신자본주의 '귀신'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불행을 위로하며 그들의 사업 성공을 빌어주며 함께 아파했다. 자동차 '귀신'을 달래며 차 사고가 적게 나게 해 달라고 굿을 했다. 개신교의 윤리가 16-17세기 서구 자본주의의 '정신 spirit'이 되었다면, 한국의 샤머니즘은 20세기 말 신자본주의의 '정령들 spirits'을 위무하며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세월호 때도 신자본주의 논리로 무장한 구원파의 귀신들과 싸우며 피해자 가족 편에서 위로했다. 학살피해자, 위안부, 약한 여성들을 위해 연대한 일들은 부지기수이다.
 
그런 무속을 향해 주술/마술로 규정할 정도로 개신교가 기복주의/성장주의/자본주의 정령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먼저 생각할 일이다. 사실 가장 큰 귀신은 맘몬 귀신이다.
 
한국 무속을 주술이라고 단정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인이 아직도 중세 시대 세계관에 살고 있다고 스스로 선전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제 시대 정체성론을 답습하는 식민사관의 잔재이다. 구약의 주술/마술 구절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도 한국의 종교가 진화 발전하지 않고 여전히 2500년 전 원시적 종교로 정체하거나 퇴보하고 있다고 보는 근본주의의 문자적 성경 해석학적 관점이다. 가당치 않다.
 
따라서 개신교 신학자나 목회자가 '주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먼저 그 개념을 규정하고 매우 제한적 의미에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의 여러 신흥종교나 무교로부터 개신교도 주술의 종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 21세기 영성은 대박, 매직, 마술을 허용한다. 물성과 욕망이 넘치는 가상공간을 비롯해 한국의 2022년은 마술을 부른다. 그런 점에서 개신교, 특히 대형교회는 '주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