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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일반 단상, 광고

거제 장목의 명품 건대구

[어쩔 수 없이 쓰는 글]
지난 주 19일 거제에서 열린 윤석렬 후보 유세 때 연설 시작 전에 작은 퍼포먼스를 했다. 전체 영상 중 32분부터 보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9OpHHycRoA
 
사회자의 멘트를 따라
(1) 옥포해전에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승전고를 따라 큰 북을 치기
(2) 거제 (장목)의 명산품인 건대구를 청년 어부가 선물로 증정
(3) 환영의 뜻으로 꽃다발 증정.
 
그런데 모 의원이 북과 건어물을 보고 굿이 연상된다는 발언을 한 이후, 전 감신대 교수 박충구가 페이스북에 액막이굿에 사용되는 명태(북어)를 상세히 언급하면서 위의 퍼포먼스가 액막이 굿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1일 “어떻게 선거판에서 대놓고 ‘액막이’ 짓을 하느냐”며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행동은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굿이나 무속신앙에 관대하다는 판단, 그리고 지금까지 무속인들의 제안대로 따라 해서 손해보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확신, 앞으로 액만 잘 막으면 대통령 될 것이라는 희망이 담긴 일종의 소형 무속행위”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런 행태는 헌법에 따라 선거를 통해 민의를 모아 우리 사회의 정치 지도자를 뽑는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 귀신들의 힘을 빌어 형통한 길을 찾으려는 미신적 행위”라며 “이런 퍼포먼스를 준비해주는 무속인들이 윤 주변에 적지 않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속식 상차림에는 통북어가 오른다”며 “특히 굿상에서 적(炙)이나 생(牲)이 상위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면, 북어는 하위의 신에게 바쳐진다. 이때 통북어는 반드시 눈알이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는 엣부터 빛을 무서워하는 귀신을 쫓아내는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고 상기시켰다.그리고는 “윤석열 지지하는 목사와 장로들아, 너희 교회 문에도 북어를 달아 놓거라!”라고 소리쳤다. (출처 : 굿모닝충청 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
 
이를 읽은 기독교인들이 그런 글을 퍼나르거나 다른 유사한 이미지들을 페북에 올리고 윤의 주술, 무속, 굿 행위를 비판했다. 일부 정치인이나. 박 교수나, 퍼나른 자들은 전체 영상을 보지 않았거나, 본래 행사 때에 없었던 '휘모리장단'의 징과 괭과리 음악을 일부러 추가해서 조작한 영상 짤을 보고 그런 글을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
 
나는 내 고향 거제의 명산 건대구가 그런 일로 비판 받는 일이 안타까워 그런 잘못된 연상을 비판하고, 그런 뉴스를 가짜 뉴스로 판정했다. 그것을 설명해도 이미 그런 가짜 영상과 가짜뉴스 류의 글을 본 이들은 내 판단을 수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1. 북
과연 저런 큰 북을 치면서 굿을 하는가? 굿에 사용하는 무구로서의 북은 크기가 작다. 사회자가 분명히 멘트를 하면서 승전고를 치는데 어찌 굿을 연상하는가? 그리고 돌아다니는 짤에 있는 그 장면에서 음악은 본래 행사 때 없는 것을 누군가가 조작해서 만든 영상이다. 악의적 편집이다. (댓글 참고)
만일 그 자리에서 앰프에서 나오는 노래가 아니라, 사물놀이를 했다면 그것을 보고 굿을 했다고 할 것인가? 만일 그때 그곳 농악 패가 나와서 춤을 추며 농악을 연주했다면 그것도 굿을 했다고 할 것인가?
 
2. 액막이용 명태
액막이용 고사가 어떤 것인지 구글링을 해 보기 바란다. 액막이용 명태는 30cm 정도 크기의 북어를 사용한다. (댓글 참조)
또 큰 굿을 한 후 모여 든 배고픈 '잡신'에게 명태를 던져주면서 "이것이나 먹고 떨어져라"며 던져준다. 그런데 과연 19일 행사에서 그런 명태를 던지거나 상에 올려서 절이라도 했던가?
건어물을 제사상이나 굿상에 올린다. 그러면 윤 후보가 건대구를 상에 올리고 절이라도 했던가?
 
3. 귀추법에 물든 한국 교회
나는 건대구를 보면 어릴 때 먹은 시원한 대구 '국'이 생각난다. 그런데 박 교수님은 (내가 처음 듣는) 대구 '굿'이 연상되는 모양이다. 1미터가 넘는 큰 건대구를 보고, 어찌 집 문 위에 걸어두는 액막이 작은 명태를 생각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평소에 그쪽으로 생각이 많으신 모양이다.
 
이런 연상유추를 논리에서는 연역법, 귀납법이 아닌 귀추법(abduction)이라고 한다. 무당이나 역술인들이 하는 논증이 바로 대충 때려 맞추는 귀추일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의 원인이 귀납적 경험에서 볼 때 여러 개가 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나름대로 연역하여 하나로 지목하는 것이 귀추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니 잔디밭이 물에 젖어 있다. 1) 밤에 비가 왔거나 2) 이슬이 많이 내렸거나 3) 스프링클러가 틀어져 물을 뿌렸거나 4) 누군가 물호스로 물을 뿌렸을 수 있다. 자세히 조사해 보지 않고 이 중에 하나를 지목하고 그것이라고 확신하는 게 귀추법이다. 만일 그런 사례로 몇 번을 제대로 맞힌다면 "용한 무당"이나 "용한 역술인/점쟁이"가 된다. 무당의 공수가 말 그대로 되면 단골이 형성되고 단골들은 그 무당의 말을 맹신하게 된다. 늘 틀리면 누가 단골이 되겠는가? 귀추법도 맞을 때가 있는데 위기에 놓인 자들은 틀린 사례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은 것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
 
정치인이 한 지역 명산품을 선물로 받아 높이 들면, 생중계나 재방송 때 그 광경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광고가 된다. 그런 뜻으로 선물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배 명산지에 가서 배를 들고, 사과 명산지에 가서 사과 바구니를 들면 그것이 제사상 배가 되고, 귀신에게 바치는 사과가 되는가?
 
너무 유치한 건대구--액막이 고사 귀추법 연상이라, 이런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아직도 그런 잘못된 추론이나 조작된 영상을 보고 굿을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 쓴다.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들을 공부하고, 특히 최근 무교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신앙생활에서 주술적 미신적 신앙을 버리고 이기적 기복신앙도 청산해야 한다. 다종교 사회에서 정교분리를 철저히 지키는 일도 기독교인 목사와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교회 안에 기복과 귀추법으로 때려 맞추는 목사와 신학자의 말을 신의 말로 추종하는 미신적 신앙이 있는 한, 그리고 가짜뉴스를 쉽게 믿는 무비판적 맹종적 무사고가 있는 한, 교회의 대 사회적 발언은 신뢰성 부족으로 허공에 울리는 꽹과리가 될 것이다.
 
덧) 귀추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 참조 https://koreanchristianity.tistory.com/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