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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교회, 선교, 신학에 대한 단상

귀추법에 빠진 한국 교회

abductive reasoning 귀추논리/귀추법 

(예) 아침에 보니 잔디가 젖어 있다. 그래서 "어제 밤에 비가 왔다"고 추측하는 것이 귀추법이다.여러 가능성 가운에 가장 최적의 것을 추측하는 것으로,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가 많다. 누가 물을 뿌렸거나, 이슬이 많이 왔거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거나, 여러 다른 이유가 있지만, 귀추논리는 그 가운데 하나를 집어서 인과 관계를 설명한다.

점쟁이나 일부 무당의 논리가 귀추법에 가깝다. 그러나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듯이(사실 잡으면 안 되지만), 생의 위기에 처하면 다른 말보다 귀추논리가 아주 그럴 듯해 보인다. 점쟁이나 무당이 한 달 전 애둘러 말한 경고/공수가 오늘 비극적으로 이루어지면(예, 만일 누가 죽거나, 내 사업이 망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그의 말을 다 듣게 된다.

'오순절교회화 된' 한국 개신교회 안에도 귀추논리가 만연해 있다. 이것도 논리이지만 연역법처럼 공부를 제대로 하거나, 귀납법처럼 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실험하지 않아도 된다. 쉽다.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럴듯해 보인다. 철저히 따지는 사람은 야박하게 보이고 용어가 어렵기에 멀리하게 된다.

귀추법을 오용하는 자들은 causation(인과율)과 correlation(상관관계)을 구분하지 못하는 얼치기들이다. 유투브에서 유명한 강사와 설교가들에게 귀추법이 넘친다. 

기복적 기도가 바로 귀추법을 따르는 것으로, '믿음 치유'나 '자아 성취'의 이름으로 영적 능력을 조작하려고 한다. 온갖 성공 노하우 강의나 영적 터치 모임이 바로 귀추법을 추종한다. 예측 불허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종교의 이름으로 '마술성'을 부추키고 있다.

한국 개신교회가 내리막길을 걷자 온갖 귀추법이 나온다. 쇠락의 원인이나 전망하는 미래나 직접 관계가 없는 것들을 '그럴듯한' 귀추논리로 연결한다. 예를 들면 주일 저녁예배를 없앴기 때문에 교회가 쇠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한국 교회 주일저녁 예배가 언제 생겼는지 알까? 1890년대 후반부터 교회가 급성장할 때 주일저녁 예배가 있었을까?

귀추법에 물든 한국교회이다. 교인도 지도자도 때려 잡으려고 한다. 하나님까지도 까불지 말라고 가지고 놀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충 때려도 잡히던 70-80년대가 아니다. 생각 있는 교인은 교회를 떠나가고, 마술적 해결을 바라는 교인은 교회에 남거나 이단으로 가고 있다.

 

---------cf.  귀추법이 긍정적으로 작동할 때도 있다. 

http://uxpamagazine.org/using-your-logical-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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