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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교회, 선교, 신학에 대한 단상

유자 탱자 망자

[미국 신학교는 더 이상 한국 교회에 발언권이 없다]


오늘 한 대화에서 미국 신학교들이 한국 교회나 일부 그룹이 요청하는 지지 서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별히 그 학교 졸업자가 한국 중대형교회 목사가 되었다면 그를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쇠락해 가는 오래 된 미국 신학교들이, 교단도 다른 경우까지, 왜 교수회의 명의로그런 서한을 보내겠는가? 그들은 한국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부자(父子) 교회 세습이 대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각에서 한국에서 이 문제로 비난 받는 교회에 지지 서한을 보낸다. 그런 일을 행한 미국 교수들은 한국 교회들이 그 문제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그 문제가 왜 중요한지 전혀 느끼지 못한다.

다만 자신들의 생존을 연장하거나 의제를 확대하기 위해서, 세계 장로교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 장로교회와 손을 잡고 연대하면 큰 이익이 될 것을 알기에 그런 지지 서한이나 성명서를 보낸다. 그런 오래 된 교단 신학교에 한국 대형교회가 100만 불이라도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이사가 되거나 명예박사를 받거나 연구소를 세워줄 것이다.

한국 교인들은 미국의 유명 신학교의 지지가 대단한 것인 줄로 안다. 그러나 미국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미국 교회 현실과 시각에서 한국을 바라볼 뿐이다. 그들의 신학을 바로 가져오면 안 되듯이, 현재 그들의 시각으로 우리 문제를 풀 수 없다.

다 아는 야기지만 미국에서 통한 설교가 한국에 통하기 어렵고,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학이 바로 한국에 접목되는 게 아니다. 미국 신학 책 그만 읽고, 한국 사회를 읽어라. 

과거엔 귤/유자가 황하를 건너면 탱자가 되었다. 이제는 탱자가 태평양을 건너면 썩어 버린다. 좋은 토종 탱자라면 약에나 쓰지. 허나 저질의 수입 탱자가 많고, 미국 신학교 바이러스에 망자가 된 경우가 허다하다. 그동안 탱자탱자 하면서 유유자적했다면, 이제는 진짜 맛과 향으로 승부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