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각대신들 물러가오," <대한매일신보>, 1908.1.23
슬프다, 너희 내각 대신들아! 그대들에게 귀가 있고 눈이 있으며 심장이 있다면 어서 빨리 물러가라! 그대들이 내각에 들어간 지 벌써 1년이 지났으니,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무슨 사업을 하였는가?
제1, 태황제폐하께 전위하심을 주청하였고,
제2, 일체 정사에 일본 통감의 허가를 기다림이요,
제3, 정부 자리에서 외국인을 맞아들였고,
제4, 많지 않은 군대도 무슨 방해가 있는지 일조에 해산하였으며,
제5, 일진회를 권장하여 세력을 확장하게 하였고,
제6, 인민에게 악감정을 내게하여 의병이 일어나게 하였으며,
제7, 의병이 일어나자 일본군이 의병을 진압한다 하고 무죄한 양민을 무수히 살해하여도 입을 다물고 수수방관하였고,
제8, 황태자 전하께서 일본으로 건너가게 하였으며,
제9, 자위단을 조직하여 지방 인민에게 무리한 학대를 행하여도 모르는 듯이 금하지 아니 하였으며,
제10, 사법권과 경찰권 등 온갖 권리를 모두 외국인에게 내어준 것이다.
이 외에도 허다한 내력을 낱낱이 말하기 어렵지만, 대강대강 말하자면 아침에는 일본 통감부에 문안이요, 저녁에는 만찬회나 배설하고 일본 관리를 접대하며, 매일 양양한 의기로 일본 순사를 좌우에 늘어세우고 동서로 분주하고, 밤낮으로 비는 것은 어찌하면 일본 관리의 비위를 맞출까, 어찌하면 우리 대신 지위를 장구히 보전할까, 어찌하면 인민의 고혈을 다 빨아먹을까. 어찌하면 동포의 지식을 열리지 못하게 할까 하여, 국가의 흥망도 묻지 아니하며, 인민의 생사도 상관치 아니하며, 목전의 조롱도 알 바 아니며, 사기 짓는 붓 끝에 부월도 두려울 바 아니오, 오적이니 칠적이니, 칠적이니 오적이니, 매국적이니, 망국적이니 하는 비상한 조소와 혹독한 꾸지람에 귓바퀴를 두드려도 몸을 까딱 아니하며, 눈도 깜짝 아니하는 복궁 씨와 같이 다기지고 영악하게 내각 교의를 지금까지 완만히 차지하였으니 동서양 고금에 허다한 서책을 다 역력하더라도 그대네와 같이 염치없고 그대네와 같이 무지하고 그대네와 같이 간특하고 그대네와 같이 아첨하고 그대네와 같이 불충하고 그대네와 같이 노례의 재목은 누가 다시 있으리오.
슬프다, 그대네 수단이 익숙할수록 이 나라의 비참한 운수가 더욱 깊을지며, 그대네 복소가 좋을수록 이 백성의 참혹한 경상이 더욱 심할지니, 볼지어다. 볼지어다. 십삼도 각 지방에 생령이 어육되고, 소란이 벌떼같이 일어나서, 수간두옥 불붙이고, 풍찬노숙하여 갈 곳이 없으며, 여간 곡식 다 빼앗기고, 유리 개걸하여 살 길이 없어 동지 섣달 설한풍에 서로 잡고 통곡하는 저 무고한 백성들이 다 그대네가 내각에 들어간 이후의 역사가 아닌가!
슬프도다, 너희 내각 대신 이[완용] 씨, 임[선준] 씨, 조[중응] 씨, 이[근택용] 씨, 송[병준] 씨, 고[영희] 씨들아! 그대네가 국은을 외람되이 입은 것도 극진하며, 국고금을 훔쳐먹은 것도 이미 많으며, 동포에게 해를 끼친 것도 이미 심하며, 국운이 쇠잔하게 만든 것도 이미 혹독하였으니, 이 지경을 만들어도 물러갈 퇴 자 놓기가 그렇게도 아까운가? 갈지어다! 갈지어다! 어서 빨리 갈지어다! 그대들이 가지 아니하고 보면 이 나라가 영영 가리로다.
근일에 들으니 그대네가 예수교인 중에 외면으로만 열심히 교를 믿는 척하고, 내면으로는 너희의 충노 노릇하는 키도 짤막하고 국량도 좀스런 정부에 숨어 있는 창기 하나를 지휘하여 교인 몇 사람을 유인하여 각 지방에 파송하여 선유(宣諭)하게 하였다. 설혹 너희들의 우연히 양심이 발동하여 참으로 안민을 방책으로 하였을지라도, 일반 공론에는 너희들의 지위를 굳게 할 계책으로 교인들을 유인하여 일본인에게 아첨함이라 하리니.
그러한즉 예수교를 독실히 믿는 교인은 결단코 그대네의 명령을 띄고 기쁜 마음으로 갈 자는 없을 것이며, 설령 기쁜 마음으로 갈지라도, 이러한 교인은 진실한 교우들이 신도로 대접할 자가 없을 것이며, 또 각처의 의병은 매국적인 사냥개 비목하여 예수교인으로 알아주지 아니할 것이오.
우황 교인은 원래 정치 상에 관계가 없으므로, 이 몇 사람 가는 것이 교인 중에서 허락한 바가 아니며, 또 가는 자도 그네가 억지로 관보에 게재한 까닭이니, 그대네가 예수교인을 부려먹고자 하는 계교가 또한 교활하도다.
갈지어다! 그대들이여! 갈지어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이 간 이후에라야 선유도 가능할 것이며, 의병도 안정할 것이며, 국권 회복도 희망이 있을 것이니, 그대들이여, 어서 빨리 갈지어다. 그대들이여, 갈 때에는 돌아보지도 말며, 한 번 간 후에는 다시 돌아오지도 말지어다.
(해설) 같은 날 같은 내용의 서상륜의 기고문을 게재하면서 대한매일신보는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을사오적, 정미칠적 등이 물러나야 의병을 선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선유사로 나간 예수교인을 이용하여 자리를 지키려는 술책을 비판했다.
-- “내각대신들 물러나오,” 『대한매일신보』, 190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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