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의 저 까마귀,
청구(靑丘: 한국)의 시체를 보고 고악고악(告惡告惡) 날아드는구나.
아, 아직 죽지 않고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려라.
천륜(天倫)으로 형제를 찾고,
인의(仁義)로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강국의 백천만 병사가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쓸데없는 이기심이여,
어찌하여 스스로를 망쳐 송장이 될 것인가?
답답하고 불쌍하다.
부귀란 근심 속에 잠시 머물 뿐인데,
우매함이여, 어찌 그리 가련한가.
사람에게 의지하며 흥망과 존폐를 맡기려 하느냐?
남만 믿고 살아서야 되겠는가?
한 사람도 해내지 못한다면,
온 나라가 어찌 제대로 되겠는가?
하나님의 자강불식(自强不息),
그 끝없는 의지와 크심을 믿으라.
하늘을 믿고 하늘을 따르면,
두려울 것이 전혀 없으리라.
간절히 바라노니,
스스로를 닦고 강해지라.
산속에서 나무를 하며 살아가는 모든 군자들이여,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나설 것인가?
폴란드와 인도의 사례를 보라.
나 혼자만 살겠는가?
불의(不義) 속에 사는 것보다,
의(義)를 위해 죽는 것이 훨씬 낫다.
죽기를 각오하면 무서울 것이 없도다.
이천만 동포 형제들이여,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하자!
고악고악 저 까마귀여!
충의의 새, 효도의 새가 바로 너 아니냐?
고악의 울림에 정신을 차려라.
유신(維新)으로 새롭게 하고,
나라를 영원히 보존합시다!
- 警世生, "歎烏啄尸歌," 『大韓每日申報』, 1907.12.22. 약간 의역
(해설) 죽음의 상징인 십자가 상의 까마귀는 '告惡告惡'하며 세상에 경고한다. 국가적 위기에서 좀비의 살을 뜯어 먹는 이기적 정치적 동물이 아니라, 충효의 상징인 까마귀의 고발에 정신을 차리고, 오직 정의를 추구하며, 민족 단결로 국가를 새롭게 할 때이다. 윤동주의 십자가와 까마귀를 떠올리게 하는 시가 이미 1907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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