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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1900s

"내각대신들은 사퇴하라," 서상륜

1. 국한문 대한매일신보 기사, 1908.1.23

대한매일신보(국한문본), 1908.1.23

국한문 기사의 번역

내각대신들에게 올리는 편지, 서상륜

삼가 생각건대, 나라가 불행하여 지방의 소란이 수년째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어른들께서 이를 걱정하시고, 저에게 선유의 중책을 맡기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이 시기에 태어나서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나, 재능과 힘은 부족합니다. 믿음을 가진 지도 오래되었지만,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다만 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어른들께서 잘못 들으시고 이 책임을 갑작스럽게 저에게 맡기시니, 두렵고 황송하여 어찌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위로는 구중궁궐에서 나라를 걱정하시는 임금님의 고뇌를 생각하고, 아래로는 여러 어른들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떠올리니 감격하여 눈물이 주룩주룩 흐릅니다. 예로부터 "명령을 받으면 집에 머물지 않는다"는 고례를 따르고, 일이 어렵고 쉬운 것을 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터인데, 하물며 이번 소요가 일어난 이래로 백성들이 너무나도 고통받아 집 있는 자는 집이 불타고, 재산 있는 자는 재산을 약탈당하며, 아내는 남편을, 자식은 아버지를, 동생은 형을, 형은 동생을 잃고 슬퍼하며 백성의 재산과 생명이 모조리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방의 관리들은 행정을 제대로 펼칠 길이 없어 이름만 있을 뿐, 아무런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하니, 백성이 어떻게 백성 노릇을 하겠으며, 나라가 어떻게 나라 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여, 비록 정부의 명령이 없더라도 각지로 달려가고 설득하여 백성들이 다시 순종하도록 만드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물며 정부의 명령이 있는 이상, 어찌 감히 사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번 선유의 본 뜻이 소요를 평정하는 데 있다면, 만약 평정 방침이 없이 명령을 받았다가 헛되이 다녀오기만 한다면, 이는 정부를 속이고 훌륭한 인재들의 길을 막는 것이니 그 죄가 어찌 크지 않겠습니까?

이 때문에 제가 명을 받은 이래로 밤낮으로 고민하였으나, 소요를 평정할 방침이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이 중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에 선유의 직책을 사양하는 바이며, 또한 미천한 제 생각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감히 의견을 올립니다. 여러 어른들께서 이 말을 헤아려 주신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사람은 본래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며, 평안하게 살면서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법입니다. 깊은 산골의 외진 마을에 살며 문이 썰렁하게 닫혀 있어도, 한 그릇의 거친 밥과 한 줌의 나쁜 나물로도 가족들이 웃고 이야기하며 평생을 살아갑니다. 만약 그들 마음속에 깊고도 절실한 억울함과 분노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금은보화를 내걸고 폭동을 일으키라고 해도 응하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각지에서 백성들이 동서로 호응하여 목숨을 희생하고 재산을 탕진하며 이곳저곳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일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이는 분명히 백성들이 공통으로 가진 의심과 분노 때문입니다. 그 의심과 분노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에는 아무리 성스러운 칙령이라 해도 믿지 않을 것이며, 군사력으로 억누르려 해도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천한 제 생각으로는 그들의 의심과 분노를 풀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침이라 여깁니다.

그들이 봉기한 것은 광무 11년 7월경, 여러 어른들께서 새 내각을 구성한 이후입니다. 그들은 국가의 참담한 상황을 목격하고, 시국의 혼란을 겪으면서 모든 불행의 원인을 현 정부에 돌리고 있습니다. 정권이 점점 무너지는 것도,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는 것도,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도,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제한된 것도 모두 현 정부의 탓이라 여기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백성들의 마음이 정부를 향해 돌아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여러 어른들께서는 깊이 고민하시어 먼저 내각의 모든 구성원이 사퇴하고, 각 지방으로 직접 나아가 백성들 앞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며, 그들 앞에 죽음을 맡기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도 분명히 500년 동안 이어온 왕조의 덕화를 입은 백성들이니 감격하여 무기를 내려놓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병화(전쟁의 재난)가 저절로 사라지고, 위아래가 화목해져 국가도, 백성도, 그리고 여러 어른들께서도 모두 크게 다행일 것입니다.

지금 여러 어른들께서 이 난국을 해결하려고 밤낮으로 고심하시며 백성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시지만, 그 효과가 보이지 않기에, 제가 감히 존엄을 범해 이 어리석은 의견을 드리오니 부디 헤아려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2. 한글판 대한매일신보 기사, 1908.1.23 & 1.24

한글판 번역

내각대신에게 올린 글

국가가 불행하여 지방의 소요가 해를 지나도록 쉬지 아니하므로 제공[諸公]이 이를 근심하사 선유하는 중한 책임을 본인에게 시험코자 하시나, 본인은 다만 이 불사[不仕]한 인물로 이런 때에 나서 나라를 구할 마음은 간절하오나, 재주와 힘이 천단[淺短]하고, 교를 믿은 지는 여러 해가 되었으나, 아는 것이 넉넉지 못하므로, 다만 일편단심으로 국가를 위하여 기도나 할 따름이더니,

이에 제공이 그릇 들으시고 이 책임을 갑자기 맡기시니, 황공하고 두려워 어찌할 줄을 알지 못하오며, 위로 구중 궁궐에서 밤과 낮으로 염려하심을 생각하고, 아래로 제공의 노심초사하심을 헤아릴진대 감동하는 눈물과 한탄하는 마음에 마땅히 명을 받들고 집에서 밤을 지내지 아니하는 전례를 준행하여, 사세의 어렵고 쉬운 것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당연한 도리가 될뿐 아니라.

하물며 소요가 일어난 이후로 가련한 저 창생들이 옥이나 돌이 분별없이 함께 불을 만나서 집이 있는 자는 그 집이 불타고, 전재[錢財]가 있는 자는 그 전재를 빼앗기며, 아내가 된 자는 그 지아비를 잃고 통곡하며, 아들이 된 자는 그 아비를 찾아 통곡하고, 아우는 그 형을 부르며, 형은 그 아우를 영결[永訣]하여, 이 백성의 생명과 재산 모두 멸망하는 데로 돌아가고, 관찰사와 군수는 행정할 길이 없어서 허사한 이름만 붙들고 있으니, 나라가 나라 되지 못하고, 백성이 백성 노릇을 못하는 이런 때를 당하였으니,

일반분이라도 혹 무슨 효력을 드러낼 곳이 있을진대, 비록 정부의 명령이 없을지라도 또한 마땅히 각처로 분주하며 입술이 타고 혀가 마를 지경에 이르면서 그 귀순하도록 효유[曉諭]하는 것이 가한데, 하물며 정부의 명령이 있는 것을 어찌 감히 사양하리오마는, 그러나 선유하라시는 본의는 소요를 안무[按撫]하라 함이니, 만일 안무할 방침이 없고서 언연[偃然]히 명령을 받았다가 헛되이 돌아오면, 이는 정부를 속임이요, 잘할 사람이 있어도 그 길을 막는 것이니, 어찌 그 죄가 더욱 크지 않겠습니까?

이러므로 본인이 명을 듣던 날부터 밤과 낮으로 생각하고 헤아려도, 소요를 안무할 방침이 묘연하니, 이 중대한 책임을 결단코 응명[應命]할 길이 없어서, 이에 선유의 직임을 면하여 주시기를 청하옵고, 구구한 얕은 소견도 혹 천번 생각하여 한번 맞는 것이 있을까 하여 이에 말씀하오니, 제공은 천한 말이라도 혹시 채용하실지 알지 못하오나, 생각한 말씀을 감히 숨기지 못하고 이에 충고하오니, 제공은 한번 살피소서.

무릇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며, 집에 평안히 있어 생업을 즐겨하는 것은, 이 백성의 떳떳한 인정이라. 그러므로 심산궁곡에 거적문이 소슬하고 한 그릇 조밥과 한 접시 산나물이나 먹으면서도 처자와 웃고 이야기하며 평생을 지내나니,

만일 터럭 끝만큼이라도 마음에 지극히 절통하고 억울한 일이 없으면, 비록 만금의 상금을 달아놓고 난리를 일으키라고 하여도 한 사람도 응하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오늘날같이 각처 인민이 동서남북을 물론하고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재산을 탕진하면서 대를 깍으며 나무를 베어가지고 곳곳에 벌려 다닐 이치가 있으리오?

이것은 반드시 일반 인민이 공통으로 가진 의심과 분함을 함께 품은 연고인, 그 의심과 분함이 확실히 풀어지기 전에는 임금의 칙령으로 효유하여도 저희는 반드시 믿지 아니할 것이요, 군사의 힘으로 진압하여도 저희는 반드시 항복하지 아니할 것이니, 구구한 얕은 소견으로는 저희에 대한 방침은 그 의심하고 분한 마음을 쾌히 풀어주는 것밖에 없다 하노니, 어찌하여 그러한가 하면 대개 저희 일어난 것이 광무 117월경, 제공이 신 내각을 조직한 이후일이라.

저희들이 국가의 참혹한 형상을 보며, 시국의 변천함을 만나매 허다한 악한 결과를 모두 제공의 허물이라 하여, 정부의 권리가 더욱 떨어지게 함도 현 정부의 소위라 하고, 국사가 날로 그릇 가게 하는 것도 현 정부의 소위라 하며, 생령이 도탄에 빠지게 한 것도 현 정부의 소위라 하고, 언론과 사회가 자유로 모이지 못하게 한 것도 정부의 소위라 하여, 모두 팔을 뽐내며 이를 갈고 일어났으므로 몇 백 년 압제 정치 아래 문견이 젖어서 정부 대신이라 하면 신명이나 아비와 스승같이 알던 이 백성들이 이제는 무엄하고 무례한 역적이라 하는 글자로 제공을 으레 배척하여 부르니, 이 지경에 이른 민심을 어찌하여 돌이켜 깨닫게 할지? 비록 집집마다 말로 달래고 동리마다 고시를 붙여서 밤낮으로 선유하여도 이같은 현 정부의 발표한 명령이라 하면 이 백성의 의심과 분함이 갈수록 더 심하리로다.

슬프다. 제공께서 백성을 사랑하심이 지극하사 토벌하는 정책을 쓰지 아니하시고, 일개 사신을 보내어 용옹하게 호유하여 해산케 하고자 하시니, 감사 감사하도소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한 걸음만 다시 나아가고 세 번 생각함을 더 깊이 하여 보소서. 저희가 폭동함은 제공을 분히 여기고 원망하는 연고요, 제공이 저희에게 분하고 원망함을 받는 것은 이 중대한 나라일을 담임하고서 행하는 일은 다 잘못된 연고니,

오늘날 제공을 위하여 계교할진대, 일제히 사직하고 내각에서 물러나와 각 지방에 몸소 가서 저희 눈앞에서 잘못한 일을 자복하고 저희 수중에 죽이는 것을 임의로 하게 하면, 저희도 또한 국조 500년 덕화 중에서 생장한 적자라, 누가 감동하여 울고 군기를 던지지 아니하리오? 이같이 한즉 소요한 것이 스스로 사라지고 상하가 화목하여 국가가 다행하고 인민도 다행하며 제공도 다행하리이다.

제공이 어려운 시국을 당하여 수단이 어줍잖아서 주야로 노심초사하여 백성을 안무할 도리를 강구하여도 그 효력이 없기로, 제공을 위하여 민망함을 이기기 못하여 존엄을 무릅쓰고 감히 어리석은 소견을 올리나이다.

(해설) 선유사 임명을 받고 이 글을 올렸으나,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선유사 직을 수행할 것을 명하자, 서상륜은 3월에 황해도로 선유에 나섰다. 의병장 기독교인 우동선을 선유하여 무기를 버릴 것을 권하자, 우동선은 서상륜을 꾸짖으며 난국의 책임이 정부 내각에 있는데 어찌 그들의 주구 노릇을 하느냐고 나무랐다. 해주에서는 의병에게 붙잡혀 볼기 태장 10여 대를 맞았다. 의병장은 일진회나 자위대에 가서 선유하지 않고 왜 의병에게 와서 선유하느냐고 서상륜을 꾸짖었다. 서울에 돌아온 서상륜은 4월에 이를 법무대신에게 보고하고, 황성기독교청년회 연설을 통해 내각을 비판했다. 서울 교회는 서상륜이 태장을 맞았다는 사실을 듣고 모여 기도회를 열고 그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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