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더스 비판하고 빈민 구제와 인구 성장책 주장, 1886년 <한성주보>

자료 소개: “英國 人口 救窮說 續稿,” <漢城周報>, 1886년 6월 31일.

抹制氏(맬더스 Malthus)의 說은 前號에 그 대략을 이미 실었다. 맬더스 氏 때에 영국의 인구는 갑자기 증가하였으나 物産이 왕성하지 못하였으므로 가난한 백성들의 생활이 곤란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諭旨에 편벽된 것이 없을 수 없었다. 그의 說에

인구와 물산의 증식은 서로 함수관계가 있는 것인데, 물산의 증식은 더디고 적은데 반해 인구의 증가는 빠르고 많다. 그러므로 구제하지 않는 것으로 빈궁을 구제하는 묘책으로 삼는 것이다. 만일 국민이 굶주린다고 곡식을 풀어 구제하면 국민은 그것을 믿고 날로 게을러질 것이고, 국민이 굶주려도 구제하지 아니하면 장정들은 노력하여 먹고 노약자는 굶어 죽을 것이니 국가에서는 곡식을 허비하지 않고 人口가 줄어들 것이니 그 이로운 점의 하나이고, 또 정부에서 법을 만들어 早婚을 금지하여 결혼을 절제하면 출산이 줄어들 것이니 두 가지의 이로움이다.

고 하였으나 어찌 그렇겠는가. 굶주림을 구제하고 자애로운 은혜를 베푸는 것은 어진 사람의 기뻐하는 것이고, 王政에 반드시 우선하는 바인데, 어찌 짐승을 살찌게 먹이고 기름진 고기를 먹이면서, 들에는 굶주린 시체가 있는데도 앉아서 보기만 하고 구제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남녀가 결혼하는 것은 인간의 큰 윤리인데 어찌 人口의 증가를 염려하여 천지자연의 和氣를 억제해서야 되겠는가. 실로 治國 齊家의 본의가 아니다. 멜더스 씨의 계책이 끝내 행해지지 않은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더욱이 人口와 物産의 증식은 이것이 번성한다고 저것이 감소되는 이치는 없다. 인간의 衣食으로 쓸 수 있는 天物 地利는 무한하여 써도 써도 끝이 없는 것이니, 다만 사람의 하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구상의 황무지도 개척할 수 있고, 목축도 할 수 있고, 鳥獸나 鱗介類도 잡거나 사냥할 수도 있으니, 모든 동식물이 무한한 자원이다. 그러므로 인구가 많이 불어나면 물산도 역시 많이 불어날 것이다.

맬더스 씨의 시대에는 영국의 식민지가 넓지 못하였고, 외국의 이주도 많지 않았고, 기계 이용도 매우 희소하여, 토지와 山澤의 이익을 다 개발하지 못하였으며, 魚畜과 그 밖의 貨物이 의식에 쓰이지 못하였기 때문에, 인구는 많고 물산이 적어지는 결과를 빚었다. 그러므로 맬더스 씨가 처음으로 重垜平垜論을 저술하니 세상이 따라 호응하였다. 이는 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나 인구의 증가는 하늘에서 나오는 것이니 억제할 수 없고 물산의 생산은 인간에게 달렸으니 부지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빈궁을 구제하는 이는 반드시 農工商業을 중요하게 여긴다. 농업으로 갈고 심고, 공업으로 제조하고, 상업으로 무역하여 각각 자기 직업에 충실하면 기술과 기구가 나날이 정진될 것이니 물산의 부족과 絲粟의 모자람을 걱정하겠는가.

불행히 혹 어려서 부모를 잃은 자나 혹은 노후에 재물이 없는 자와 병약하여 自力으로 생활할 수 없는 자들은 구호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축은행을 두어 건강한 자는 저축을 하여 노후에 사용하게 하고, 남의 부모된 자는 저축하여 자손에게 사용하게 하며, 또한 보험회사를 두어 사람마다 매년 얼마씩 납부하여 화재·부상·질병 등의 불시의 사고에 대비하게 하고 이 밖에도 의외의 사고에 대비하는 資本會社·親友會社 같은 것을 정부에서 장려하여 국민의 본보기를 삼는다면 진실로 빈궁을 구제하는 하나의 묘책이 될 것이다.

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

-----덧글

1886년 <한성주보>에서 멜더스의 인구와 식량 간의 관계를 비판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빈민을 구제하고, 산업을 늘려 물산과 식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놀랍다. 사실 지난 140년 간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고,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물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맬더스 당시 대다수 학자가 그의 의견에 공감했다. 사회진화론자들이 맬서스의 이론을 애용했다. "기아는 자연이 인구조절을 하기 위해 발전시킨 자연도태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오용하여 기아를 자연 현상인양 외면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기아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잉여농산물, 버리는 음식이 너무 많다. 기아는 자연 재해와 전쟁 등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국제 곡물가의 조작, 강대국의 정치적 개입으로 기아가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울한 비관론자요 종말론자인 맬더스의 이론은 세계적 위기가 올 때마다 재인용된다. 그의 후계자들은 끊임 없이 석유 고갈론 등을 들고 나와 지구 종말을 예견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전은 더 많은 물산을 생산해 왔으며, 새로운 기술로 환경도 더 잘 보호되는 면도 있다. 한국은 지난 70년 간 맬더스 이론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이번 세계적 전염병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비관적 종말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지금 한국은 산물 부족이 아니라, 인구 부족이 더 문제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사람을 중시하는 빈민 구제책, 실업자 구제책, 그리고 넘치는 물건, 물량화, 유물론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정신 피폐를 해결하는 환경 정책과 교육 등으로 인구를 증가시키고 약자를 보호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종교도 사람을 살리고. 도덕을 제고하고,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영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