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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1880s

1882-85 로스역 번역팀

다음 한국기독교역사연구회 편, <한국기독교의 역사 I> (1989년 초판), 149쪽을 보면 [이후 개정판이 나와 페이지가 바뀌었다] 1882-85년 로스역본 한글 신약전서 번역에 참여한 다양한 한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자료에 이름이 없기 때문에 학자로만 표현되어 있다. 잘 알려진 번역인 이응찬을 제외하면, 전도인으로 활동한 백홍준, 서상륜, 김진기, 이성하, 김청송(식자공), 류춘천 외에 우리가 아는 이름은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듯이 번역에는 여러 다른 한국인이 참여했다. 특히 평안도 사투리를 해결하기 위해, 1882년 7월에 세례를 받은 서울의 전직 관리, 복음서~고린도서를 개정 번역한 서울 학자, 임오군란으로 좌천된 서울의 보수파 군인들과 서울 출신의 양반, 서간도 한인촌 학자들이 참여했다.

사실 이 책의 "2. 만주에서의 성경출판과 전도사업"과 "3. 일본에서의 성경출판과 선교사업"은 1988년내가 학부 4학년일때 쓴 초고를 신학교 1학년 때 조금 수정한 후 다시 약간 고친 것이다. 30년 전에 잡지와 서신 자료들에 나오는 이 다양한 번역자들을 놓고 그 이름과 활동을 맞추기 위해 노심초사한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결국 책에서 보는 형태로 이름 없이 자료에 있는 것을 충실히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그만큼 모르는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어야 한다.

작년에 구입한 1883, 1884년치에 이어 오늘은 1885년치 United Presbyterian Missionary Record (Edinburgh)를 손에 넣었다. 로스와 매킨타이어가 소속한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해외선교부가 발행하던 선교잡지이다.

30년 전 연구할 때는 이만열 교수님이 스코틀랜드에서 복사해 온 페이지만 읽었기 때문에, 로스와 매킨타이어 선교활동의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의 기사 중에서 한국이 나오는 부분만 복사해 왔기 때문이다. 복사 과정에서 간혹 빠진 부분도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내 한국교회사 연구의 세번째 [첫번째는 1885년의 아펜젤러, 두번째는 1886년의 한국기독교의료사] 프로젝트[1887]이자 내 국사학과 졸업논문 주제였던 "로스의 예수셩교본 번역, 출판, 반포 사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있기 때문에, 이런 원본 자료를 구입하고 있다.

역시 내가 몰랐던, 혹 보았더라도 무심히 넘겼던 자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30년 전 한국교회에 로스와 이수정에 대해서 처음 그 번역 반포 사업을 알리는 흥분 속에 한국교회사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스러져가는 한국교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자료를 읽는다.

자료를 제대로 기록하고 축적하고 정리하지 않는 한국교회는 망할 수밖에 없다. 높은 건물, 많은 교인수를 자랑하는 것이 모래성 쌓기였다는 것을 이제 다들 느끼고 있다. 30년 전 매일 밤 10시까지 숙대 이 교수님 연구실에서 눈에 불을 켜고 보던 1880년대 자료들, 한국교회 출발점에 있던 그 자료들 일부가 다시 원본 형태로 내 손에 있다. 망해 가는 한국교회에 이 자료들은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만감이 교체한다. (2017.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