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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단어 공부

福 ברך(바라크)

흔히 福 자를 一(한, 하나)의 口(입, 사람)에 田(밭, 땅)이 있다는 뜻으로 파자(破字)를 해서 뜻풀이를 한다. 요즘 같으면 네 식구 한 가족에 밭 네 개 대신 아파트 네 채로 풀어도 되겠다. 그러나 틀린 글자 풀이다.

한자의 구성 원리인 육서에서 이 복 글자는 형성+지사에 해당한다. 意部인 뜻을 나타내는 왼쪽 부수 示는 한자에서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나 神을 나타낸다. 곧 복 자는 신과 연관된다는 뜻이다. 오른쪽 聲部는 복이며, 또한 배가 좌우로 부푼 술단지를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이기도 하다. 즉 술이 가득 차 있는 술단지라는 뜻도 지닌다.

고대 중국의 청동 술잔, 5th BC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5634

따라서 福자는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手)으로 술잔(잘 빚은 美酒)을 신에게 바치는 모습으로, 감사 기도를 올리며 예배하는 형상이다. 부복하여 복을 복걸(伏乞)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미 신이 주신 재복이 집안에 가득하고 그것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기쁘고 행복한 상태에서 감사하며 예배하는 모습이다. 그 상태에서 찬양과 노래가 나오고, 복음(福音)을 고백한다.

제단 앞에서 두 손으로 술잔을 신에게 바치는 모습이 福이다

구약 히브리어에서 복을 나타내는 ברך(바라크)는 야훼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그 원래 뜻이다. 시편 95:6절의 "오라 우리가 굽혀 경배하며 우리를 지으신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자."에서 바르크가 사용되고 있다.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세는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축복할 때, 이삭이 야곱을 축복할 때,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을 축복할 때 복을 받는 자의 자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곧 복을 비는 자세이기도 하지만, 방점은 복을 받는, 복을 받은 자의 자세에 있다.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을 어긋나게 축복하는 모습 (램브란트 그림)

따라서 ברך(바라크)는 무릎을 꿇다(跪 궤) + 누리는 행복을 감사하며 예배하다(福)는 두 글자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복을 비는 기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감사하며 예배하는 자의 모습이 복이다.

복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사건으로 인한 행복(happening--> happiness)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blood)으로 인해 내가 수동적으로 복을 받아 being blessed가 되는 것이다. 그 때 두 손에 큰 복의 술잔을 들고 감사로 드리는 예배자가 될 때 진정한 복의 향유자가 된다.

사족:

(1) 배 선(船)을 배 주(舟)+팔(八) + 구(口)로 파자하여 노아의 방주로 견강부회하는 해석도 엉터리이다. 뜻은 배이고, 오른쪽은 소리 부분이다. 한자 연(鉛, 沿 등)에서 오른쪽의 '연' 발음 부분이 변해서 '선'으로 읽힐 뿐이다.

(2) 예배자가 하나님 앞에서 '엎드린다'고 할 때 그것은 대개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것이지,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궤(跪)의 상태이지, 개가 주인 옆에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린 복(伏)의 상태는 아니다. 복(伏)은 매복(埋伏)한 복병(伏兵) 등에서 보듯이 어두운 곳에 몰래 숨어 있는 뜻이 강하다. 복마전(伏魔殿)처럼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부패 정치꾼, 관료, 장사아치들 때문에 백성들이 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참고: 고대 Egypt 왕국에서는 양 손에 하나의 술잔씩 두 개를 들고 왕이나 신에게 바쳤다. 물론 자세는 무릎을 꿇었다.

Hatshepsut offering wine. Hatshepsut offering wineThree statues of queen Hatshepsut (ca. 1507-1458 BC) in row, kneeling and making an offering of wine, in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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