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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료, 간호

David Seel, <내 아버지는 내 고통을 아실까?>, 1971

David John Seel, Does My Father Know I'm Hurt?, 1971.

1954년부터 1990년까지 36년간 전주 예수병원에서 봉사하며, 입 안에 생긴 구강암을 치료하는 코만도 수술법을 전수한 실 의사. 암 치료 전문의 Seel(설대위) 의사. 

그 아내로부터 오래 전에 몇 권의 책을 받았다. 그 중에 한 책이다.

이 짧은 책, 마지막 장에서는 리차드 김의 <순교자>가 던진 질문(책 제목)을 다룬다. 환자가 암과 죽음과 싸우듯이, 의사도 환자의 고통과 죽음을 어떻게 다루고 수용할지...

나와 우리 주변에는 암 환자가 많다. 혹 이 책이 도움이 될까? 한글 번역본이 있을 것이다. 50년 전 책이니 보탤 것이 많겠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그대로 있다.

개인의 고통, 민족의 고난을 보면서 실 의사는 질문한다. "하나님 아버지는 내 고통을 아실까?" 과연 하나님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실까? (이사야 42: 3)

다음은 한국인들이 전하는 실 의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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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아침부터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 혀에 암이 생겨 주변으로 퍼진 65세 남자 환자가 '코만도 수술대'에 누웠다. 설대위는 혈관과 신경, 근육을 일일이 확인하며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요즘처럼 절개와 지혈(止血)이 동시에 이뤄지는 '전기 메스'가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CT나 MRI가 있어서 암이 어디까지 파고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수술은 눈과 손에 의지하며 더디게 진행됐다. 그럼에도 설대위는 뛰어난 절개 기술을 발휘해 수술 부위가 마치 해부학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 같았다.

그는 점심을 빵으로 때웠고, 허기진 저녁에는 날계란을 섞은 우유를 마시며 수술에 임했다. 한시도 수술실을 떠나지 않았고 메스를 놓지 않았다. 수술실에 달랑 하나 붙은 에어컨으로는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겹겹이 입은 수술복 안의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급기야 간호사들은 얼음 주머니를 그의 수술복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마에 줄줄이 흐르는 땀이 시야를 가리자 주변에서 연방 그의 땀방울을 닦아냈다. 그렇게 16시간40분이 지난 다음 날 새벽 3시경, '코만도'는 끝났다. 잠시 눈을 붙인 설대위는 아침 5시 반에 다시 병원으로 나와 수술 환자의 상태를 제일 먼저 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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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의사는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렸지만, 사실 그는 이 책에서 슈바이처가 '생명에의 외경'(reverance for life)이라는 높은 윤리를 제창했지만, 과연 그가 한 개인 개인 환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한다. 또한 Osler의 환자와의 "고상한 거리 noble detachment"도 비판한다. 빅터 프랭클의 '의미에의 의지'(will-to-meaning)를 강조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지만, 한 개인이 무엇에 의미와 책임을 느껴야 하는지 애매하다고 비판한다. 실은 의사-환자의 관계를 강조하고, 하나님과 환자 간 자비의 하나님, 구속적 관계를 강조한다. 실은 암 환자로 하여금 그 하나님과의 관계에 들어가도록 인도하고, 예수의 십자가 아래로 가도록 이끈다. 의사(도구)는 환자(촛점)를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치유의 능력이 그에게 전달되도록 돕는다. 이 언약적 관계에서 치유의 능력은 의사로부터 환자(도구)를 거쳐 그리스도(촛점)에게 전달된다.

고상한 격리와 거리(Osler)가 아니라, 의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개입한다. 생명에의 외경은 이상적 개념(슈바이처)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대신해 환자에게 기름부음으로 이루어진다. 프랭클이 추구했던 의미는 환자가 그리스도의 의미--사랑과 십자가의 용서--를 이해할 때 실제가 된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끔찍한 수술을 받는 암 환자에게, 그에게 독특한

'풍성한 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순교자>의 박 대위는 disinterested interest, noble detachment, strange love(까뮈의 이방인)를 말하는 차가운 실존주의자이다. 그러나 Seel의 이 책은 의사-환자-하나님의 3차원적 상호참여와 관계를 중시한다. 고통 중에 삼자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더불어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로 가는 과정을 그린다. 누가 참 humanitarian이며 humanist이며 한국 모국을 사랑하는 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