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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평양과 기독교

[파친코 5부까지] 1 거래로 이루어지는 세상

[파친코 5회까지를 보고] deal로 이루어지는 세상

드라마<파친코>가 5부까지 방영되었다. 5부의 첫 부분은 선자가 빚을 갚기 위해서 오사카 전당포에서 시계를 파는 딜 장면이다.

1부 시작 역시 뉴욕 은행에서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이 회사 백인 중역과 동경 건물터에 있는 한국인 할머니 집을 매입하는 계약을 성사시키면 부회장 자리를 달라고 '딜'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선자 어머니는 아이 셋을 잃은 후 자손을 점지해 달라고 무당을 찾아가서 빈다. 무당은 신령들과 '딜'을 해 주고, 선자가 태어난다. 선자는 아버지를 따라 어시장에 가서 '딜'하는 법을 배운다.
 
선자는 비록 남자를 잘못 만나 고한수의 아이를 임신을 했으나, 좋은 남편 이삭을 따라 1931년 오사카로 온다. 그러나 이삭 형 요셉이 동생을 부르기 위해 빚을 진 것을 알고, 고한수가 준 시계를 팔기 위해 전당포로 가서 '딜'을 시도한다. 어릴 때부터 배운 딜의 실력을 발휘한 결과 50엔 대신 300엔을 받아, 고리대금업자의 빚을 갚는다. 일본에서 이룬 첫 번째 중요한 사업적 거래였다. 솔로몬이 딜에 실패한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선자의 행방을 수소문 하던 고한수는 전당포에 들어온 고급 시계 정보로 선자의 거처를 알게 되고, 전당포 업자로부터 시계를 다시 받으며 310엔을 준다. 딜의 세상에서 물정은 고한수가 한 수 위다.
 
이민자는 딜/거래를 잘 해야 살 수 있다. 아브라함-이삭-야곱의 인생도 딜의 인생이었다. 현지인과의 거래, 하나님과의 거래, 형 에서와의 거래, 장인과의 거래, 천사와의 거래 등, 인생은 딜의 연속이다. 딜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딜의 결과는 자기 자신의 발견, 새로운 자아의 발견이다. 다만 은 30에 예수를 판 가롯 유가와 같은 치명적 딜은 피해야 한다.
 
은행 터에서 할머니는 끝까지 집을 팔지 않는다. 딜을 시도하는 자본가들, 일본인, 미국인들에게 딜을 거절한다. 할머니는 딜을 거절하고 그 집에서 죽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킨다. 집을 팔아 1000만 달러를 받아도 결국 그 돈은 돈밖에 모르는 자손들에게 갈 것이기 때문에, 집값을 더 많이 준다고 할수록 거부감은 커진다. 거래의 세상에서 거래를 거부하는 것이 할머니의 마지막 딜이다.
 
솔로몬은 딜에 실패한 후 동경에서 과거의 친구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가난한 일본인 가족의 삶을 본다. 그 친구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자기 자신으로 사는데, 솔로몬에게 가족의 지나친 기대감으로 부담스러운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딜의 연속, 더 나은 딜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하는 솔로몬의 자본주의--그 배후엔 죽어가는 창녀 하나가 있다--가 아닌, 다정한 가정의 모습을 대조시킨다.
 
5부에는 식모였던 동희와 복희가 거간꾼들에게 속혀서 만주에 위안부로 팔려간 것을 암시한다. 말년에 고향 영도에 돌아간 선자가 아버지 묘 앞에서 아들과 절하는 장면도 소설에 없는 부분이다.
 
요셉의 아내 경희는 부잣집 딸로 고이 자랐으나, 오사카에 와서 빨래하고 밥하는 것부터 배우며 세상살이와 딜을 시작했다. 그러나 선자를 만나기까지 그녀는 두려움 속에서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다. 선자가 와서 드디어 함께 고리대금업자 사무실까지 간다. 경희와 선자가 손잡고 세상과 첫 거래를 하고 돌아오는 장면--영혼까지 팔아먹는 고리대금업자의 빚을 갚고 가벼운 영혼,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아래 사진이다.
 
험난한 세상에서 이민자/거류민은 용기 없이는 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남자들이 제대로 딜을 못하면, 선자 같은 한국의 여성/어머니들이 딜을 하며, 고난의 1930년대와 40년대를 살아간다.
 

6-7부에서는 자매 같은 선자와 경희가 겪게 될 더 많은 딜을 볼 것이다. 고난과 거래는 항상 있겠지만, 그것들은 우리를 더 강하게 한다.

내 할머니 세대는 진정한 한국인 세대였다. 고난의 삶에서 넘치는 정과 용기. 할머니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