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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평양과 기독교

[파친코 5부까지] 3 평양 기독교와 부산 무교의 만남

[파친코 5회까지를 보고] 서북 기독교와 남해안 무교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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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기독교는 샤머니즘이 강한 지역에 들어가서 영성을 새롭게 함으로써 부흥했다. 20세기 말에는 성령 운동으로 오순절주의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또한 기독교 세계 선교는 중하층에 들어가 그들을 교육시키고 근면검소한 직업인으로 만들어 중산층으로 계층 상승하도록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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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의 1차 배경은 무교가 뿌리 내린 부산 영도 바닷가이다. 가난한 장애자 어부 남편과 노동자들의 하숙을 치면서 살아가는 아내는 무당의 도움으로 선자를 얻는다. 그녀를 미혼모의 곤경에서 구해주는 남자는 평양 기독교 집안의 백이삭이다. 상인 세력이 강했던 평양-선천-의주에서는 일찍 개신교(장로교회)를 수용하고, 양반 유교의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무교를 버리고 교육과 근면 노동, 상공업을 통해 부를 축척하여 1920년이면 중산층에 이른다. 3.1운동에 적극 참여한 계층도 이 서북 상공업자와 교사와 학생이 주축인 개신교 세력이었다. 민족주의 우파였다. 그 중에 일부가 사회주의를 수용하고 민족주의 좌파로 간다. 부산에 와서 오사카로 선교하러 가는 백이삭 집안은 기독교 민족주의 우파에 속했다. 백이삭은 근본주의로 굳어지고 자본주의에 의해 타락하는 '조선의 예루살렘' 평양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평양 기독교 2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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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평양 양반 개신교 집안과 부산 빈민 무교 집안이 결합하여 새로운 세대를 만드는 이야기다. 평양 신학교 출신 백이삭은 부산 영도에서 무당의 점지로 태어난 선자를 구출하여 일본으로 간다. 선자는 이삭과 요셉-경희의 평양 기독교인들과 하나가 되어 이민자의 고난을 이겨나간다. 경희는 아이가 없지만 사라의 신앙으로 견딘다. 결국 조카들을 자녀처럼 아끼고 키운다. 주인공 남자 쪽은 이삭-모세-솔로몬으로 이어진다. 이삭의 희생, 일본에서 모세의 번영, 미국 아비비리그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자리를 넓히는 솔로몬으로 한인의 역사는 이어진다. 그들에게 가나안은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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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은 파친코로 상징되는 기계가 가진 인종주의와 자본주의의 핍박과 고난을 극복하고, 생존하고 번성한다. 한국인은 어디에 살든지 기계가 아니다. 인종 차별의 상징, 괄시 받는 빠찡코 사업을 이용하여 자손을 늘리고 대를 이어 가는 위대한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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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초적 힘은 순사에 맞아서 죽어가면서도 부르는 민중의 뱃노래에 담긴 저항적 흥이다. 일본 오사카 빈민 게토인 이카이노에서 부르는 아리랑의 애절한 흥이다. 부산에서 시모노세키로 가는 연락선 3등칸에서 <춘향가>에 장단을 맞추는 광부 노동자들의 흥이다. 무당의 춤에서 드러나는 신바람이다. 그 흥과 신을 승화시키는 것은 평양 기독교의 부흥운동과 삼일운동으로 산출된 백이삭의 희생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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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 개신교, 식민지, 이민, 생존, 번영, 새 세대의 미국 진출, 세계화--이 모든 것은 한국인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세계 여러 지역 민족의 이야기이다. 파친코가 세계인의 이야기로 애청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1세기는 물질주의와 맘몬주의를 넘어서는 영성주의, 기계를 넘어서는 사람, 흥과 기와 정으로 고난을 이기는 끈기 있는 선자와 같은 사람을 원한다. 높이 올라가는 빌딩이 전부가 아니다. 신-흥-정-신바람-맨정신의 공동체가 없다면 사람 살 맛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