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옥 교수의 글 /이런 게 인생

[이런 게 인생] 한글 성경과 나

1987년 로스의 한글 성경 번역사 연구부터 몇 년 전 대한성서공회사 3권(1945-2002) 집필까지 나는 30년 넘게 성경이 한글로 번역되고 출판, 반포되는 역사를 공부해 왔다. 성경으로 한국 교회사 120년사를 정리한 셈이다.

그 결과물이 대한성서공회사 1-3권(제3권은 2020년 출판)과 대한성서공회사 자료집 1-3권(1권은 로스와 루미스 자료, 2권은 켄뮤어 자료, 3권은 밀러 자료이다.) 각 권 700쪽이 넘는다. 모두 비매품이라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역사서 세 권을 줄여서 영어 한 권으로 쓰는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다른 일로 포기했다. 내 공부가 깊어지면 <성서와 한국> 통사도 쓰고 궁극적으로 한국교회사 통사를 써 볼까 한다.

나는 1987년 3월 국사학과 3학년 편입 때부터 1993년 2월 신대원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7년 동안 대한성서공회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그 역사 두 권을 썼다. 유학 시절에는 자료집 세 권을 만들었다. 그 원고료로 생활했다. 사실은 성서공회가 학자 한 명을 키우라는 이만열 교수님 말씀을 따라 학자를 키우는 마음으로 나에게 교수급 원고료를 주었다. 장학금이었다.

내가 오래 공부할 수 있었던 배후에는 성서공회가 있었고, 또 한글 성경을 만들고 배포하고 읽고 그 말씀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 지난 130년의 한국교회 역사가 있다.

성경의 "번역"사가 내 공부 방향을 정해 주었다. 번역은 기존 선교의 역사를 문화제국주의로 보는 눈을 교정해 주었다. 포스트콜로니얼 연구는 여전히 식민성 대 반식민성 구도로 역사를 본다. 그러나 번역사는 본토인의 역할이 들어가 판을 바꿀 여지를 준다. 그 번역 공간에서 한국적 기독교가 만들어졌다. 성서공회와 같은 foreign (missionary) agency가 한국에 와서 선교를 했으나 한국 교회를 만드는 데는 Korean (native) agency가 중요했다. 한글과 한국어 앞에서는 선교사도 학생이었다.

7년 간 번역사를 공부한 후 미국에 갔더니 마침 "세계 기독교 학파"를 만들고 있는 학자들이 나라마다 번역되고 창출된 기독교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기독교의 한 특징이 바로 번역성(translatability)이다.

내가 성서공회사 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우리는 다 갈 길을 모르고 가지만,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날이 온다. 그래도 내 학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글 성경이었다.

번역된 성서도 원본 성서와 동일한 성서의 권위를 가진다. 하나님은 번역된 성서를 통해서 말씀하시고, 우리는 번역된 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며, 성령께서는 번역된 성서를 통해 일하신다.

Sola Scriptura!

2010년 11월 뉴욕에 있는 미국성서공회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