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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코로나 사태와 한국 교회

1918 무오 독감 때 교회는 무엇을 하였는가?

코로나19로 한국 교회가 바이러스에 걸렸다. 70년 동안 주일성수를 강조하다가 졸지에 주일 예배당 예배를 중지하게 되자,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예배당 사수론까지 나오고, 일부 지자체 정부에서는 예배 중지 행정명령까지 내리려고 한다. 예배학 학자나 신학교 교수나 교단에서 재빨리 지침을 내리고 성도들을 안심시키는 신학적 안내를 해야 할 터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고난을 당할 때는 천벌을 받았다고 하면 안 되지만, 내가 아프고 고난을 받을 때는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 한국 교회가 왜 예배 집회를 중단하게 되었는지, 한두 달 모이지 못하는 사순절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향후 한국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진지한 성찰과 연구와 토론의 시간이 없다면, 이 난리가 아무 유익이 없을 것이다. 악에게 지지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게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런 돌림병 기간에 선한 것을 생산해서 악을 이기고 미래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성찰(회개)과 전망(소망)이 없는 교회는 죽은 교회이다.  

고난 중에 우리 각자는 기도하며 회개하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남겨서 길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얼마나 할 일이 많은 좋은 때인가?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찬스에, 교회는 사회 신용도의 회복, 일상 신학의 확립, 사회와의 소통, 교인 훈련 프로그램 재정립, 예배의 본질 회복, 주일 예배를 습관적으로 드리지 않고 예수 사건이 일어나는 감격과 은혜의 시간으로 만들기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많은 성도들은 주일 예배당 예배를 사모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자들은 회복되어 예배에 참석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작은 교회 목사들은 교인들의 얼굴을 보면 천사를 만난 듯이 반가워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아래는1918년 말 스페인 독감(무오 독감)이 한반도를 휩쓸고 14만 여 명이 죽어나갈 때 한 교인이 <기독신보>에 보낸 편지다. 10월부터 이듬 해 2월까지 5개월 동안 한국교회의 유일한 신문인 <기독신보>는 독감에 대해서 이 글 외에는 보도한 게 없다. 총독부의 보도 지침이 있었더라도, 신문은 성도들의 고통을 고려하여 유익한 기사를 실었어야 했지만 직무유기를 했다. 12월에는 성탄절 기사가, 1월에는 신년 기사와 사경회 기사가 넘쳤다. 전 국민 60%가 감염된 독감을 통해 배운 게 없었다.    

무오 독감 기간에도 한국교회는 예배를 중지하지 않았다. 병상에서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한 신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신문에서는 5개월 동안 별다른 위로의 말씀이나 독감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의 고난, 백성의 아픔을 체험한 목회자와 청년들은 삼일 운동을 준비했다.

지금도 기독교 언론, 단체, 신학교, 교회 지도자들은 직무유기의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소자 한 명을 실족하게 하면 연자맷돌을 목에 매어야 한다. 기자, 학자, 목사는 특별히 도끼를 매고 상소하는 심정으로, 연자맷돌을 목에 매고 한강에 빠질 각오를 하고,  한국 교회를 놓고 기도하며 성도들을 위로하고 사회에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일이 무엇일지 매일 준비해야 한다. 

신천지에 20만 청년을 빼앗긴 교회가 무슨 면목으로 앞으로 청년들을 대할 것인가? "소름이 끼친다." 예배당 예배를 드리고 안 드리고 논의를 넘어, 신천지에 20만 청년을 보낸 죄악을 회개해야 한다.

그래야 부활절에 감격의 예배를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목사의 교회가 아니다. 교인들의 교회이다. 흩어져 있던 교인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고 세상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와 평화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 교회이다. 그런 교회를 위해 신학자, 목회자, 교회 단체들이 지혜를 모아 The Post-Corona19-Churches의 모습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