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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잡지 기고문, 연재, 논문

지나간 고난: 전염병과 초기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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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 지나간 고난_글 옥성득

​전염병과 초기 한국교회 ​ 당연하던 일상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된 전환기이다. 주일 아침 텅 빈 예배당을 보면서 울었다. 병상에서 주님을 사모하며 기도했다. 전염병과 신천지로 무너진 교회를 보면서 느헤미야처럼 하나님과 12년을 동역할 자들이 일어날 재건기이다. 조선의 17~18세기는 소농의 근면 혁명으로 농업 생산력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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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던 일상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된 전환기이다. 주일 아침 텅 빈 예배당을 보면서 울었다. 병상에서 주님을 사모하며 기도했다. 전염병과 신천지로 무너진 교회를 보면서 느헤미야처럼 하나님과 12년을 동역할 자들이 일어날 재건기이다.

조선의 17~18세기는 소농의 근면 혁명으로 농업 생산력이 증가하고 인구가 배가하고 유교 도덕이 실천되는 사회였다. 그러나 18세기 말부터 나무 남벌로 숲이 사라지고 홍수와 기근에 이어 냉해가 닥치면서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1811년 홍경래란 이후 민란의 한 세기가 지속되면서 사회는 와해되었고 일본의 침략 앞에 국권을 잃었다. 조선의 성장과 몰락에서 교회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19세기 말 개신교 선교사들이 내한했을 때 두 ‘손님’인 천연두와 콜레라가 유행해도 부패하고 가난한 정부는 손도 쓰지 못했다. 개신교 의료 선교는 전염병 예방과 환자 치료에 앞장섰다. 130년 전에는 교회가 희망과 치유의 청년 공동체였으나, 지난 10년간 교회는 왜 청년들을 신천지로 떠나게 했는지 깊이 반성할 때이다.

1895년 콜레라 유행과 세균론
1878년 부산항에서 환자가 나온 후 1886년, 1890년, 1895년, 1902년에 콜레라가 유행했다. 1886년에는 두 달 동안 서울에서만 6천 명 이상의 시신이 광희문을 지나 매장되었다. 1890년에는 8만 명 이상이 일본과 한국, 만주, 시베리아에서 사망했다. 1895년 청일전쟁 후에도 두세 달 만에 서울에서 5천 명 이상이 콜레라로 죽었다.

1886년 7월 서울의 노춘경도 콜레라로 매일 수많은 사람이 죽는 상황에서 언더우드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진리를 발견했기에 죽어도 좋다고 결단하고 첫 신자가 되었다. 한 교인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의 경험으로 “하늘엔 곤찮고 장생불로, 신체가 쾌하여 장생불로, 괴롭고 힘들어 세상 사람 짐 졌네, 하늘에 즐거워 장생불로”라는 찬송가를 작사했다. 피곤한 이 땅에서 영원한 천국을 소망하는 신앙이 싹텄다.

콜레라의 유행은 샤머니즘의 귀신론에 대항하는 기독교의 세균론을 전파하는 기회였다. 의학과 성령론이 협력하여 귀신이 몸에 들어와 질병을 일으킨다는 무교의 귀신론과 힘 대결을 벌여서 승리했다.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무당이나 판수를 불러서 병마를 쫓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질병과 달리 전염병 앞에서는 무당도 속수무책이었다. 콜레라는 쥐 귀신이 일으킨다고 믿고 대문에 고양이 부적을 붙이는 게 전부였다. 최근 신천지 교주 이만희도 귀신 병마론을 말하고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1895년 정부는 ‘호열랄병 예방 규칙’을 발표하고, 제중원 원장 에비슨(O. R. Avison) 의사를 콜레라 병원 책임자로 임명했다. 선교사들이 자원해서 도왔다. 위생 규칙을 시행하고 세균론을 전파하며 위대한 의사인 예수님을 소개했다. 선교사 의료진은 2천 명 이상을 검진했다. 에비슨과 동료는 미균 때문에 발병하므로 음식은 완전히 익혀서 먹고, 물은 반드시 끓여서 마시고, 손과 입을 철저히 씻으라고 권면했다. 병에 걸리면 기독교 병원으로 가라는 방이 붙었다. 선교 병원과 교회가 피난처요 구원처가 되었다. 콜레라가 지나간 후 정부는 선교회에 감사의 편지와 포상금을 보냈다.

선교사들의 교육으로 기독교인 중에는 사망자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선교사들의 의료 자원봉사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최근 교회의 의사들과 간호사들 일부가 대구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기독교 의료 봉사단을 사전에 준비하고 조직적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1902~05년 콜레라 유행 때 신앙 간증
러일전쟁 전후 역병 기간에는 교인 중에서도 콜레라 사망자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미 병마론을 극복하고 세균 감염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천국 소망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했다. 평양의 한 감리교회 여성은 “과거에는 귀신이 노해서 콜레라 역병을 벌로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의사는 작은 미균이 물에 들어간 후 우리 몸에 들어와서 우리 몸을 파괴한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미균은 우리 영혼에 아무런 해를 미치지 못합니다”라고 간증했다.

다른 여인은 “우리는 콜레라균보다 우리를 노리는 사탄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콜레라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듯이 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여인은 “내가 콜레라에서 회복되자 남편이 걸려 사망했습니다. 우리 가정은 쓸쓸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하나님의 보존하시는 능력이 우리와 함께합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전염병에 잘 걸리지 않지만, 병에 걸려도 의료 선교사의 돌봄을 받고 위로를 얻는 모습은 교회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성장하게 만들었다.

1910~11년 만주 바이러스 폐렴 유행
코로나바이러스 폐렴과 비슷한 신종 폐렴이 만주에서 발생하여 기차 노선을 따라 급속하게 번지면서 수만 명이 사망했다. 추운 겨울에 비위생적인 좁은 공간에서 모여 지냈기 때문에 빨리 확산되었다. 압록강-두만강을 차단했기 때문에 평양과 서울로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총독부의 강경 위생 정치가 승리하자 한국인의 이동을 통제하고 조선 통치를 정당화했다. 한국인은 대항 담화를 만들지 못하고 일본의 문명론에 압도당했다. 전염병 통제에 이어 총독부는 민족주의의 온상인 서북 기독교 통제에 들어가 105인 사건을 조작하고 교회 핍박에 들어갔다. 정치권은 언제나 전염병을 이용하려고 한다. 교회는 좌우에 치우치지 말고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

1918~19년 무오 독감 유행과 삼일만세운동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여 2,5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때, 한국에서도 무오 독감으로 인구 1,678만 3,510명 중 742만 2,113명(44%)이 감염되어 13만 9,128명(치사율 1.87%, 인구의 0.83%)이 사망했다. 그래도 교회는 예배를 중단하지 않았다. 적막한 도시에 주일 저녁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가 퍼져 나갈 때, 병자들은 교회를 사모하며 기도했다. 개신교인이 인구의 1.5% 정도인 20만 명이 안 되고, 한 교회 교인이 많아야 수백 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대형 교회 사정은 다르기 때문에 건물 교회당에서의 예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반면 1919년 3월 1일 토요일에 평양, 선천, 의주, 원산 등 만세 시위를 주도한 기독교인들은 체포되었고, 경찰은 3월 2일 주일부터 집회를 금지했다. 민족의 독립이라는 공공선, 공의, 공익을 위해서 주일 예배를 희생했다. 비슷한 경우가 1939~45년 신사참배 반대로 교회를 폐쇄하면서 다시 발생했다. 동방요배와 황국신민서사를 외우고, 예배하는 것보다 유일신 신앙을 지키면서 가정 예배를 드리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었다. 주일 예배보다 신앙적 가치와 교회의 본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기독교
팬데믹(pandemic)은 우리의 회개와 도덕적 책임(사랑과 자선의 실천)을 촉구하는 사건이다. 반기독교 감정은 더 확산되고 제도 교회는 급격하게 쇠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많이 모이는 대형 교회보다 사랑의 의료 봉사를 떠나기 위해 흩어지는 교회, 서로를 돌보는 상호부조의 사회 연결망이 강한 교회가 나올 것이다. 가족 구원 중심의 세습 교회를 회개하고 사회 구원으로 확대되는 신앙이 강화될 것이다. 오락과 재미를 향유하는 집단 이기주의를 떠나 사회 불의와 이단과 싸우는 전투적 항체를 가진 목회로 전환될 것이다. 교회라는 산을 옮기는 일은 겨자씨 믿음만 있으면 된다.

옥성득은 UCLA 인문대 아시아언어문화학과의 임동순·임미자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다. 저서로 「한국 기독교 형성사」,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 「한반도 대부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