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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타종교와 기독교

2018 귀신 마귀가 노는 한국교회

‘마귀’라는 용어 문제

귀신 마귀론이 다시 유행할 모양이다. 몇 차례 글을 썼고 2년 전 책 옥성득, <다시 쓰는 초대한국교회사> , 461쪽 이하에도 다루었지만 재론한다. 1. 한국 전통 종교의 귀신, 2. 성경의 마귀(사탄), 3. 한국 대형교회 세습과 마귀 담론 순서로 살펴보자.

1. 한국 전통 종교의 귀신

유교의 조상신

공자는 사후 세계를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자가 살던 송대에 오면 귀신론, 곧 조상신에 대한 제사법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를 따라 한국에서도 제사는 유교의 으뜸가는 인륜이요, 충보다 더 앞서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인 효의 구체적 실천 의례로 여겨졌다.

유교의 혼백론에서 혼(魂)은 사람이 죽을 때 허공에 남고, 백(魄)은 무덤 안에, 조상의 신(神)은 사당 안에 모신 신주(神主/神位)에 존재한다. 그리고 4대가 지나면 고조부를 기억하는 후손이 없듯이 혼도 허공에 흩어지고 백은 시체와 함께 썩어 없어지므로 사당에 있는 신주도 땅이나 무덤 옆에 묻고 더 이상 제사를 드리지 않았다. 다만 왕족이나 가문을 세운 조상의 신(神)은 오래 간다. 즉 오래 기억되고 그 정신과 기(氣)가 강하게 살아 있다.

할아버지-아버지-나-아들-손자 사이에 내려오는 연속성을 가지는 물혼(物魂)을 기(氣)라고 한다. 직계로 연결되는 경우는 기가 강하고, 형제(2촌), 삼촌, 사촌으로 퍼져 나가면 기도 옅어진다. 그러나 제사는 반드시 기가 같은 동기(同氣)가 올려야 기가 통하고 제사를 흠향할 수 있다. 1촌간(부자), 2촌간(조손), 3촌간(증조-증손)에 기가 직통한다. 그러나 고조나 현조만 가도 기가 옅어져서 망각되고 제사를 지내지 않게 된다.

유교의 구원론은 가족의 번영과 영속성이다. 따라서 조상이 후손에게 제사를 받는 것은 효의 실천을 넘어 죽은 조상의 구원의 문제이다. 제사를 받지 못하는 조상신은 허공에 떠도는 유령(wandering spirit)이 되고 후손의 공양을 받아먹지 못하는 배고픈 신(hungry spirit)이 된다. 그래서 조선시대 이래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아들, 곧 직계를 통해서만 기가 통하기 때문에 그런 아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조혼제, 처접제의 악습을 허용했다. 제사, 조혼제, 처첩제, 상속제가 한 통속으로 얽혀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주체사상 체제는 유교 구원론의 변형이다. 그래서 북한 사회의 영속을 추구하고 부자 세습을 당연하게 여긴다. 통일교도 부자 세습을 추구하다가 실패했다. 많은 이단들이 창립자를 시조 모시듯 하면서 내부 반목으로 핵분열하였다.

교회 세습을 유교 제사의 관점에서 보면 아비 목사가 살아서는 핏줄의 영속성과 가계 재산의 승계를 보고, 죽어서는 제사를 받아 명예를 누리자는 유교 구원론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세습은 유교적이지 기독교적인 승계가 아니다. 기독교의 구원론은 개인적이지 직계로 내려가지 않는다. 개신교는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죄 고백과 이신칭의로 구원을 받지 아버지가 믿었다고 해서 아들이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대형교회 목사라고 해서 아들이 이를 세습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버지가 세습 귀신(조상신)이 되어 제삿밥을 받아먹으려는 것일 뿐이다.

무교의 신

무교는 다르다. 한국 샤마니즘 귀신론에서 인귀(人鬼)로서의 귀신은 대개 불행하게 사고로 죽거나 처형된 자들이거나, 한을 품고 죽은 여자 조상신이다. 유교에서는 집안에서 나이가 들어 선종(善終)하여 호상(好喪)을 치른 조상신들을 모시고, 무교는 유교에서 소외된 모계의 신이나 불행한 조상신들을 모신다. 무당의 조상신인 바리공주와 같이 한과 죽음을 극복하고 죽은 이의 혼을 평안하게 저승으로 보내는 신도 있다. 음양론을 적용해서 인귀는 땅에 있는 음적인 존재, 천신은 하늘에 있는 양적인 존재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붙여서 쓰는 귀신은 대개 허공에 떠도는 물질성을 일부 가진 혼(魂)에 가까운 음(陰)적인 신인 귀신(ghost, spirit)으로 중립적 용어이다. 중립성은 곧 좋은 귀신도 있고 나쁜 귀신도 있다는 뜻이다. 무교는 다신론으로 크게 자연신(천신, 지신 등)과 인귀와 질병신을 섬긴다.

좋은 신은 바리공주, 삼신할미, 산신, 칠성신을 비롯해 가신(家神 household spirit)인 터주, 성주 등이다. 무당은 이들 신들을 모셔서 대접하고 한바탕 놀게 하여 즐겁게 한 후 그들에게 한 가정과 개인의 복을 빈다. 굿은 기본적으로 신을 즐겁게 하는 의례와 오락이다.

그러나 많은 귀신들이 집 밖에서 죽어 한을 품고 죽어 떠도는 잡귀요 더러운 귀신이다. 배고파 죽어 배고픈 귀신, 병들어 죽어 더러운 귀신, 결혼도 못하고 죽은 총각 귀신 처녀 귀신, 처형을 당했거나 살해를 당해 깊은 원한을 품은 원귀(寃鬼 vengeful spirit)들이다. 한이 깊을수록 강한 귀신이 되어 최영 장군귀신처럼 수 백 년을 간다. 굿은 이런 떠돌고 한을 품은 귀신을 달래고 위로하고 즐겁게 해 주어 (때로는 장군 귀신의 이름으로 다른 작은 귀신들을 위협하여) 인간 세상과 먼 조용한 곳에 편히 쉬도록 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무당은 굿을 시작하기 전에 굿할 장소를 청소하는데, 그곳에 떠도는 잡신이 있는지 확신하고 몰아낸다. 굿이 끝난 후에는 뒷전이라고 해서 그래도 혹 남아 있거나 떠돌다가 찾아온 무명잡신(無名雜神)이 있을 수 있으므로 명태를 던지며 “훠이, 이것이나 먹고 떨어져라. 물러가라”고 외쳤다.

공동번역은 시편 97편 7절에서 ‘조각한 신상’을 ‘잡신’(雜神)이라는 한국 신명으로 해석적 번역을 시도했다. 예레미야 19장 13절의 ‘다른 신들’을 ‘잡신’으로 번역한 것은 수용할 수 있는 번역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다른 번역본에서는 무교의 무명잡신(無明雜神)의 줄인 말인 잡신을 사용한 적이 없다. 잡신은 주로 집 밖을 나섰을 때 당하는 횡액(橫厄)과 사고(事故)의 원인이므로, 정초에 액막이 고사를 지냈는데, 간단한 떡과 명태를 차려서 잡신을 달랬다. 따라서 한글 성경 번역 전통에서 잡귀라는 용어를 쓰면 그런 무교의 귀신관을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개신교 선교 초기부터 잡귀라는 용어 사용은 삼갔다. 귀신은 일반 명사로 쓰고 잡귀는 고유명사로 이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천연두 귀신이다. 특히 아이들, 아들을 죽였기 때문에 두려워서 ‘마마’(Your Highness)라고 불렀다. 마마 신을 위한 굿은 음식도 성대하고 굿 마당도 화려했다. 19세기까지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게 천연두가 1등이었고, 이어서 콜레라가 오면서 두 ‘손님’(guest)이 매년 수 백 만 명을 죽였다. 20세기에 다른 손님인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기독교가 한반도에 오면서 수 백 만이 죽고 남북이 갈라져서 손님을 환대하거나 굿판을 벌이고 있다는 게 황석영의 소설 <손님>이다.

2. 성경의 마귀: 귀신-마귀-악령-악마

많은 경우 한 단어가 가지는 문화 역사 종교적 의미의 다층 구조를 이해하고 논의해야 한다. 한국어 귀신, 더러운 귀신, 사귀, 마귀, 악령, 악마 등과 신약 그리스어 다이모니온(demon) 프뉴마 아카달톤(unclean spirit), 프뉴마 포네톤(evil spirit), 디아볼로스(devil) 등은 의미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사진 1과 2 참조] 그리고 번역도 번역본마다 달라지는데, 새로운 성서신학적 이해와 더불어 종교 문화의 변화와 발전하는 종교 문화 신학과 선교 신학적 요소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성서한국>, 1994년 3월호

디아볼로스(devil)에서 '디아볼로'는 "뒤죽박죽으로 만들다, 서로 갈라지게 하다, 둘로 나누다, 적이 되게 하다"의 뜻을 가진다. 따라서 교회에 분쟁을 일으키고 분열시키고 적대시하도록 만드는 자가 사탄이다.

한국 유교와 무교의 귀신은 기독교의 귀신과 많은 차이가 있다. 신약의 해당 단어를 한국어 귀신, 마귀, 악령, 악마, 더러운 귀신, 잡귀 등으로 번역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은 바로 이 개념의 차이 때문이다.

베뢰아 김기동의 귀신론이 한국 무교의 귀신론과 성경의 귀신론을 동일시하거나 혼합하면서 이단이 되었다. 한국의 많은 이단들이 무교의 귀신관과 기복관을 수용하여 민중에게 접근했다.

교회 세습을 무교의 귀신론으로 보면, 원로목사가 일종의 가신(家神)으로 남으려는 욕망이 엿보인다. 그 교회를 지키고 다스리는 터주대감/성주 신으로 남아서, 그 신을 섬기면 복을 받고, 섬기기 않으면 부정을 탄다는 식으로 교인을 양분하고 통제한다.

3. 대형교회 세습과 마귀 담론

현재 한국 교회에서 대충대충 다음 순서로 비진리와 반사회적 세력을 향한 욕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수구 우파 < 종북 좌파 < 빨갱이 < 친일파 < 귀신들린 자 < 동성애자 < 이단 < 적그리스도 < 마귀.”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논란 중이다.]

누구를 향해 마귀라고 하면 이는 이단이나 적그리스도로 간주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다른 교인을 향해 귀신이 들렸다거나 이단, 마귀의 자식, 사탄이라고 말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적그리스도나 사탄의 자식이라는 말은 종교개혁 당시 극도로 타락하고 세습을 밥 먹이듯이 자행하던 수도원장과 주교와 면죄부를 판 교황을 향해 루터가 사용한 말이다. 루터는 사제나 수도원장이나 주교를 '사탄의 똥 덩어리'라고 공격했다. 그들은 거대한 수도원 재산을 숨겨 놓은 아들(조카)에게 세습하고, 수도원 산하 교구목사 자리를 파는 성직매매를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 한국에서도 교회가 창업자 시대를 지나고 2세들이 물려받는 시점이 되자 세습이 발생하여 그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똥 덩어리 목사들이 많이 생긴 것이다.


사실 위의 좌빨이나 이단이나 마귀의 세력과 같은 욕들은 한국 상황에서 지난 70년 간 자신의 비리와 비민주성을 비판하는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동원한 선동 용어들인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십자군 사고방식이었다. 대신 자신들은 “그릇을 씻다가 보면 접시를 깬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욕도 듣지 않을 것이다.”에서 시작하여, “죄 안 지은 자가 있느냐? 교통 법규라도 어기지 않았느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강변하다가, 자신들의 비리와 불법과 비윤리성이 드러나면, “우리는 진리를 위해서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를 진다.” “순교의 정신으로 우리 교회를 지키자.”는 말로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꾸민다.


반면 비판하는 '사탄의 세력'에 대해서는 “우리를 음해하는 적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복수를 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랑으로 용서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을 잊어서도 안 된다.”는 교묘한 말을 지어낸다. “안 된다.”는 말로 부정을 계속하는 이유는 안팎에서 모두 불리하기 때문에, 내부 단속 겸 외부 공격을 마구 섞는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다. 이 때 교회에서 비판하는 외부에 대해 사용하는 최후의 공격 용어가 사탄이다. 과거에는 개인에게 그 말을 썼으나, 이제는 교단 전체를 향해 그 말을 쓰고, 자신들을 도와주는 세력이 최후 승리할 것이라는 묵시론적 사고에 빠질 정도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사람은 말년에, 또 위기에 몰릴 때 그 본색이 드러난다.

영어에 red herring (빨간 훈제 청어)이란 말이 있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의 뜻이다. 훈제 청어는 독한 냄새가 나는데, 18~19세기에 유럽에서 사냥개의 후각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했다. 사냥감을 쫓던 개가 그 냄새를 맡으면, 혼란을 일으켜 사냥감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도망자들이 추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red herring을 지니고 다녔다고 하여, 이런 표현이 생겨났다고 한다.

모 교회에서 세습이 불법으로 전세가 역전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자 추격자에게는 훈제 청어를 던지고, 내부자들에게는 사탄이 쫓고 있다고 외친다. 똥 냄새에 썩은 홍어 냄새가 섞인 냄새가 한국 교회에 진동한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말이다. 전투적 근본주의의 변형이다.

신라 경주에서 처용은 제사장으로 밤 늦게까지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사를 드린 후 집에 오니 침실에 가랑이가 네 개였다. 누구 것인지 모르는 두 개의 다리를 보고, 그를 내보내기 위해 처용가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통합 측이 최소한 처용 정도의 수준으로 불법 세습자들을 대하면 좋을 것이다.

2018. 9. 15 옥성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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