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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성경 묵상과 설교

성경을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이유 1

[성경 독서법: 성경을 소리내어 읽어야 하는 이유]

 

늘 그럴 수는 없지만 남에게 폐를 주지 않는 공간이라면, 성경은 낭독하는 것이 좋다. 

원래 경은 소리 내어 독경하다가 나중에는 몸을 흔들며 암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리 없이 묵독만 하는 경은 경이 아니다.

(물론 감옥이나 성경을 읽을 수 없는 곳에서는 암송한 경을 마음으로 외울 수 있다.)  

 

사람의 몸에는 아홉 개의 구멍(구규九竅)이 있다. 

눈·귀·입·코에 있는 양(陽)의 칠규(七竅)와 항문·요도의 음(陰)의 이루(二漏)를 합쳐 아홉 구멍이 된다.

구혈(九穴)·구공(九孔)·구루(九漏)·구창(九瘡)이라고도 한다.

 

눈으로 책을 읽으면 = 눈 구멍 2개만 작동한다. 

그러나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 눈 + 입 + 귀 + 코의 7개 구멍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뇌와 온 몸에 파동을 전달하며 입력된다. 

손에 묵주를 돌리면서 암송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편 1편부터 낭송하고 암송해보자. 

이 낭독의 이유 때문에 길게 풀어 쓴 현대 산문체가 아닌 

전통 경전체로 압축된 운문체인 개역이나 개역개정판이 사라지지 않고 긴 생명을 유지한다. 

 

성경은 묵독이나 줄을 치며 스터디 하듯 읽는 책이 아니라 

원래 (무릎을 꿇거나 서서) (공동체에서 함께) 소리를 내어 낭독하는 경전이다.

 

게일의 <演經坐談 The Gospel as Sung> (1923)은 복음서를 가사체로 번역하여, 

암송하고 노래하여 "뇌수에 깊이 들어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했다.  

 

말씀은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니라

입으로 읽고 귀로 듣고 몸으로 흔들어 채우는 것이다.

  

본문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寫經할 때 소리 내어 읽고 손으로 기억한다면 아주 유익하다.)

말씀을 내 영혼의 심비에 새기는 것이다.

 

낭독(소리)과 암송(노래)을 잃었기에 말씀을 잃었다.

더불어 함께 손과 몸으로 읽기(흔들기)를 잃었기에 교회가 굳어지고 약해졌다.

 

내 목소리로 읽은 성경을 녹음하여, 반복해서 듣고 은혜 받고 

자녀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자. 신앙의 전수가 일어날 것이다.

 

 

 

사족: 

옛날 세로쓰기 한글 개역은 좌우로 흔들며 읽고

가로쓰기 개역 개정판은 앞뒤로 흔들며 읽기에 좋다. ^^

(원래 서당에서 선생은 좌우로 흔들고, 제자는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구세대는 좌우로 흔들어야 사상이 굳지 않고

신세대는 앞뒤로 흔들어야 역사와 미래를 안다.

 

2015. 8. 10 옥성득

<쇠퇴하는 한국교회와 한 역사가의 일기> (2021),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