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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이런 게 인생

7년을 며칠 같이

[추억의 숙대 서문]

1985년부터 1991년까지 고학생이던 시절 7년을 하루같이 숙대 서문을 주말을 빼고 매일 드나들며 이만열 교수님 연구실 개인 조교로 오후부터 저녁 9시까지 공부했다. 짜장면으로 저녁을 채우고, 의료 선교사들, 초기 선교사들, 로스, 루미스의 손글씨 편지 자료부터 읽어 나가며 정리했다. 숙대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방은 그 연구실이 유일했다. 교수님과 내가 정문으로 퇴근하면 수위들이 불을 끄고 쉬었다.

"엉덩이로 공부한" 결과물이 <한국기독교의료사>와 <대한성서공회사> 1, 2권이었다. 추후 미국에 와서 <대한성서공회사 자료집 1: 로스 서신>과 <대한성서공회사 자료집 2: 루미스 서신>을 냈다. 7년 간 책 다섯 권을 쓴 셈이다.

매일 오후에 나는 신림동을 출발해 버스로 남영역에 내려 숙대까지 오르막 길을 뭇 여대생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을 돌 보듯 하며 힘차게 걸었다. ㅎ 다시 걷고 싶은 추억의 길이다. 그 칠년 중간에 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아이들도 태어났다. 그래도 그 길을 계속 걸었다.

그 책들을 쓴 후 1992년 나는 거창에 내려가, 근 1년을 교인 세 명의 양항교회를 맡아 예배를 드리고, 자연과 함께 보내면서 심신을 회복하고, 미국으로 왔다. 사진은 숙대 서문(지혜문). 사진 윗쪽에 기사식당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먹는 날은 만찬이었다.

(창 29:20)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칠 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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