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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이런 게 인생

삶은 공평하다

박사 논문을 쓸 때 돈을 아끼려고

목사들이 교회를 놓고 싸우는 도시를 떠나

조용한 시골 해변가 근처에서 몇 년을 살았다.

여름이면 다른 곳에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 셋 데리고 조금 가면 모래사장이라 놀 수 있었다.

아이들은 가까운 두 동네 도서관들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자라서 시인이 되고 아티스트가 되고 작가가 되었다.

 

그곳에 살 때 식구 다섯 명이 옷이나 신발을 사지 않았다.

동네 쓰레기장 옆에 무료 창고(나눔의 집)가 있어서

입다가 적어진 옷이나 신발을 서로 나누었기에

깨끗한 옷이나 일용품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라 어려운 친구도 돕고 기부도 잘 한다.

 

그리운 나의 조용하고 가난했던 시간들.

그때 읽은 자료로 지금도 공부하고

그 마신 공기로 지금도 호흡하고

그 파도 소리를 생각하며 산다.

 

공동체가 아이를 키운다.

비와 바람과 별빛이 선생이다.

 

사람은 추억으로 견딘다.

 

사족) 어린 아이들은 종종 해변가에서 놀아야 한다. 그 변하는 물과 뭍의 경계선에서 파도와 부모와 함께 뛰어놀 때 마음이 자란다. 그 추억의 발자국을 기억하며 어른이 된다. 해변은 매일 변하지만, 아이들의 추억은 변하지 않는다.

---2019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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