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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교수의 글 /일반 단상,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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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덕담 설날에, 2019년 맥베스와 햄릿을 외우고 읽다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사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선경장학재단의 한학 3년 과정에 선발되어 매주 토요일 4시간씩 4서 3경 강을 바치고 읽고 번역했다. 이광호 선생님께 배웠다. 첫 학기에 논어를 다 외웠다. 4학년 올라가기 전 결혼을 했다. 3년째는 신학교에 입학한 첫 해였는데, 마지막으로 주역을 읽었다. 토요일을 그렇게 보냈다. 주자 주석과 함께 읽었다. 어려웠다. 동양 최고의 철학서요 영성서인 주역을 신학교 1학년 때 읽은 것은 적절했다. 칼뱅주의와 신유학이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주역을 배우다 보면 야매로 점을 치는 법을 배운다. 동전의 앞은 양, 뒤는 음으로 해서 한개나 3개를 여섯 번 던져 6개의 효를 만들고, 64괘의 하나가 그 순간의 점괘가 ..
인생의 공식: 셋 다 고를 수는 없다 나이든 구두 수선공이 다음과 같은 작은 문구를 입구에 붙여 놓았습니다. "Here you can choose only two among three: (1) good, (2) fast, (3) cheap."​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미루어 짐작했을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빨리 싸게 하고 싶어 하지만 그 둘의 결합은 fast + cheap = bad빨리 싸게 하고 싶으면 대충 고쳐 드립니다.​good + cheap = slow잘 고치고 싶지만 돈이 적다면 한가할 때 천천히 해 드리지요.​good + fast = expensive좋은 상태로 빨리 수선하고 싶다면 값을 제대로 지불해야 합니다.[불안한 경제 하에서 굿판을 벌여 단시간에 좋은 결과를 바라는 심리와 무당의 성행이 이와 연관된다.]..
낙태는 죄인가? 낙태는 죄인가? 한국교회는 1960-80년대 산아제한의 이름으로 낙태를 허용했다. 그때 낙태한 어머니들은 현재 60-80대 할머니들이다. 90년대부터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되고 교회에서도 죄로 규정되면서,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가슴에 깊은 죄의식과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살기 위해서 낙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가난에 대한 기억, 버린 아이들에 대한 죄의식...... 그러나 사실상 한국 사회와 교회는 숨어서 낙태를 해 왔고, 1997년에는 슬픈 IMF 낙태도 했다. 새벽기도회에 왜 여성들이 많이 나올까? 그들은 지은 '죄'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와 가정을 키우고 살리기 위해 지은 죄가 많은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 세대를 위해서 젊은 세대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낙태 때문에..
나는 차라리 숙명론이 좋다 목사가 되어 팔자를 고친 자가 많다. “팔자 운명이다”라고 할 때의 팔자와 “팔자를 고친다”고 할 때의 팔자는 원래 같지만, 후자에는 적극적인 인간의 노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한국인의 운명관은 사주팔자 숙명론인 동시에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변천론이 공존한다. 명당이 아닌 땅도 비보를 통해 명당으로 고쳐진다. 관상도 심상이 으뜸이라 세월에 따라 고칠 수 있다. 같은 논리로 사주팔자도 진인사대천명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다음과 같은 해석이다. 과거 벼슬을 하지 않은 일반 상놈이 죽으면 묘비에 “학생 해주 오공지묘”처럼 직위명(學生, 孺人) + 본관(해주) + 성(오공) + 지묘라고 썼는데 대부분의 묘비는 이 8자였다. 그런데 과거에 붙어 벼슬을 하면 “한성판윤 해주오공지묘”처럼 글자가 늘어나..
식빵의 첫 슬라이스 식빵의 겉 조각은 왜 존재하나?ⓒ옥성득미리 잘라서 파는 식빵을 먹을 때 맨 위에 있는 첫 조각(껍질이라 딱딱하거나 탄 부분)은 뚜껑처럼 거의 먹지 않고 안쪽 부분들의 수분 방지 등의 용도로 끝까지 이용하다가 마지막에 먹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에서 이것을 먹는 것은 내 몫이다. 아마도 대학 시절 배고팠던 기억과 군대에서 읽은 빅터 프랭클의 때문일 것이다. 수용소 안의 유대인들은 아침에 빵을 배급 받을 때 그 딱딱한 부분을 가장 받고 싶어 했다. 부드러운 안쪽 조각들은 부피에 비해 금방 없어지는데 반해 딱딱한 껍질 부분은 오래 음미하며 먹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공부하는 1세대 개신교 역사는 어쩌면 그 딱딱한 부분일지도 모른다.나는 또한 내 공부가 후배들의 멋진 빵 슬라이스를 위한..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밤을 새며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주님의 위로를]2012년 12월 2일. 밤 1시이다.지난 몇 시간 동안 올라온 페북의 글들을 보니 새벽 3시, 4시까지 공부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있다. 어느 글에 의하면 N. Thomas Wright는 지난 수 십 년간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다고 한다. 라이트의 경우는 특별한 은사를 받은 예외로 보인다. 아무튼 세상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자기 분야에 매진하는 자들이 많고,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리고 연마하고 기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는 인간이 많다. 나는 그 한 예를 프린스턴신학교 명예교수인 마삼락(Samuel H. Moffett, April 1916~) 박사에게서 본다. 20년 전 77세 때 만났을 때 도서관에 있는 1.5평 남짓한 작은 방에..
공부하는 이들에게 젊은 학인에게 1 20대: 기초에 투자하라. (어학 + 독서 + 친구) 30대: 정진하라.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하고, 두 페이지 이상 쓰라. 40대 초반: 야망 제거 -- 내실을 기하라.40대 후반: 비겁 배제 -- 초심을 견지하라. 50대 초반: 뱃살 제거 -- 욕심을 멀리하라. 50대 후반: 타성 깨기 -- 다른 분야 책도 읽으라. 60대 초반-- 아직도 젊으니, 명예욕을 제하라! 밖으로 아첨을 멀리하고 안으로 초초함을 제거하라. 젊은 학인에게 2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박사논문과 이후 어느 정도까지는 지도교수의 견해를 수용하고 이후엔 자기 학설을 세우고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1) 지도교수가 계속 열심히 연구하여 양질의 책과 논문을 생산하면서 후학들에게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는 ..
두 유형의 교인 두 가지 컴플렉스에 걸린 한국 교회교회에는 메시아 컴플렉스(messiah complex)와 착한 아이 증후군(good child syndrome/complex)에 걸린 자들이 많다. 1. Good Child Complex 착한 아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한다. =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화를 잘 내지 못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 따라서 교회의 비리를 보아도, 사회의 구조적 악을 보아도 침묵한다. 설교나 교회 교육이 체제에 순응하고 위에 있는 권위에 복종하는 "착한 아이"를 양산해 왔기 때문에, 신앙의 공공성과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해 외면하거나 침묵하도록 만들었다. 설교에 '아멘'만 하게 하는 교회는 한국교회 뿐이다. 20분 설교에 아멘만 열 번 이상 자동으로 나온다...